캄보디아 49%·베트남 46%… ‘내맘대로 관세율’에 세계가 경악

입력 2025-04-03 18:48 수정 2025-04-03 23:43
미국이 베트남에 대해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한 3일 호찌민의 한 의류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많은 의류·신발 브랜드의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베트남은 고율관세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성조기를 배경으로 선 뒤 각국에 부과할 상호관세 도표를 손으로 직접 들었다. 미국이 자의적으로 추산한 무역 상대국의 대미 관세율(비관세 장벽 포함)과 미국이 상대국에 부과하기로 한 상호관세율을 비교한 도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에 적용된 관세율이 ‘디스카운트(할인)’된 관세라고 주장했지만 관세 산출 근거는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도표 가장 위에 있는 중국부터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통화 조작과 무역 장벽을 포함해 67%의 관세를 미국에 부과하고 있다”며 “우리는 할인해서 34%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에 대해서는 “EU는 매우 우호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은 우리를 털어먹었다”며 “그들은 39%를 우리에게 부과했지만 우리는 20%를 부과하겠다. 절반만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어 베트남, 대만, 일본, 인도 순으로 상호관세율과 부과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선 “매우 터프하고 위대한 사람들”이라며 “우리에게 46%를 부과하지만 우리는 24%만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아베 신조 전 총리와의 인연을 거론한 뒤 “나는 그에게 ‘거래가 불공평하다. 우리는 뭔가를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나도 알고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도표상으로 인도 아래에 한국과 태국이 있었지만 트럼프는 한국과 태국을 건너뛰고 스위스와 인도네시아 등에 대한 상호관세율을 발표했다.


이날 트럼프가 서명한 행정명령 부속서상으로 상호관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프리카 남부의 레소토로 무려 50%의 관세율이 책정됐다. 캄보디아가 49%로 뒤를 이었다. 트럼프는 캄보디아가 미국에 환율 등 비관세 장벽을 포함해 97%의 관세를 매긴다고 주장했다. 반면 영국과 호주, 브라질, 싱가포르 등은 10%의 기본관세만 적용받았다. 패권 경쟁국인 중국에 34%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만에도 32%를 매기는 등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적과 친구의 구분이 없었다.

트럼프는 상호관세 도표 외에도 지난달 31일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 등 59개국의 비관세 장벽을 적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도 꺼내 들고 “외국의 무역 장벽이 상세히 적혀 있는 매우 큰 보고서”라고 말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뉴스레터에서 트럼프의 상호관세를 “완전히 미쳤다”고 맹비난했다. 크루그먼은 “관세율이 예상했던 것보다 높을 뿐 아니라 무역 상대국에 대해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 부과가 길어지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트럼프가 관세 철회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참모들이 트럼프에게 ‘일이 잘 되고 있다’고 전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