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늘 탄핵심판 선고… 성숙한 민주주의 확인하는 날 돼야

입력 2025-04-04 01:30

헌법재판소가 오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한다. 국회가 윤 대통령에 대해 제기한 탄핵소추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선포 이후 국민들은 혼란과 무력감을 경험해야 했고 정치권의 이전투구 속에서 법치에 대한 의심, 극단 대립에 따른 불안까지 느껴야 했다. 아무쪼록 오늘의 선고와 이를 수용하는 국민의 모습이 그동안의 혼란과 불안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되길, 그리고 피와 땀으로 지켜온 민주주의의 성숙한 모습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헌재는 어제 오전부터 헌법재판관 평의를 열어 결정문에 들어갈 구체적 문구를 다듬고 별개·보충의견 등의 기재 여부를 조율했다. 청사 안팎에선 경찰과 방호 인력이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사무실에 커튼을 친 채 결정문 작성에만 집중한 재판관들과 달리 인근에선 탄핵 찬반 단체들의 집회로 혼란스러웠다. 탄핵 찬성과 반대 단체들은 철야 집회 등을 열고 각각 “만장일치 파면”과 “탄핵 기각” 등의 구호를 외쳤다. 탄핵소추가 제기된 이후 계속된 광장의 대립은 시간이 갈수록 더 첨예화됐다. 이전부터 양극화되어 있던 정치권은 탄핵소추 이후 더 극단으로 치달아 사회 전체를 대결 구도로 몰아넣었다. 중도와 타협은 사라지고 흑백논리만 남았다. 광장에 선 이들이 당장이라도 거리를 점거할 듯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지지층 유권자들을 자극하면 자칫 국민 상당수가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 있다. 사회 원로들이 한목소리로 헌재 판결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하는 이유다.

내가 원하지 않았어도 더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면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 결과에 대해 승복하는 게 민주주의다. 원하지 않았던 선택이라고 해서, 옳다고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론이라고 해서 무시하고 반발한다면 비슷한 상황일 때 상대방 역시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용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거 결과가 됐든, 재판 판결이 됐든 민주적 절차에 따라 내려진 결론에 대해 불복하는 건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지금의 극단적 대립은 그동안 정치권이 민주적 절차에 대한 불복을 조장해온 결과다. 탄핵심판 선고 후에도 정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골수 지지층을 부추기고 선동하려는 이들을 국민들은 감시하고 가려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요, 극단적 대결을 막고 사회 통합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