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댄스 ‘뒤집기 쇼’… “3차전서 끝내겠다”

입력 2025-04-04 01:14
흥국생명의 김연경(가운데)이 2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의 2024-2025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승리한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김연경은 흥국생명의 통합우승을 이끌고 커리어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연합뉴스

현역 마지막 우승에 도전하는 ‘배구 황제’ 김연경(37·흥국생명)이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연일 존재감을 뿜고 있다. 올 시즌 ‘독박 배구’에선 벗어났지만 여전히 경기 판도를 좌우하는 ‘게임체인저’로 활약 중이다. “인천에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며 지난 2차전을 마지막 홈 경기로 삼은 그는 이제 대전 원정에서 승부를 끝내겠다는 각오로 결전에 나선다.

김연경은 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리는 2024-2025 V리그 여자부 정관장과 챔프전 3차전에서 3연승을 노린다. 현재 시리즈 2승을 쌓아 유리한 고지를 점한 흥국생명은 한 번만 더 이기면 통합우승 왕좌에 오를 수 있다.

전날 2차전 홈 경기에선 풀세트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세트와 2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패배 위기에 몰린 흥국생명은 뒤늦게 살아난 에이스 김연경을 앞세워 남은 세트를 싹쓸이하면서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승부를 가른 건 경기 후반 눈에 띄게 달라진 김연경의 화력이었다. 1~2세트 18.18%에 그쳤던 김연경의 공격성공률은 3세트 들어 41.18%로 오르더니 4세트에선 무려 75%를 기록했다. 마지막 5세트에선 혼자 6점, 66.67%의 공격성공률을 작성하며 ‘원맨쇼’를 펼쳤다.

경기 후 양 팀 사령탑 모두 5세트 김연경의 활약에 대해 극찬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김연경의 복귀 후) 지켜본 3년 동안 가장 좋은 타점과 각이 나왔다”며 “정호영과 메가가 2인 블로킹으로 따라갔지만 잡을 수 없을 정도였다”고 짚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김연경이 없었으면 이기기 어려웠던 경기였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점유율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그는 “(경기 초반에는) 때릴 수 있는 공격 횟수가 5개 정도밖에 안 됐다. 득점을 못 올리는 게 당연했다”며 “3세트부터는 감독님이 세터에 주문해서 점유율을 좀 더 많이 가져가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세트와 2세트에서 김연경의 공격점유율은 각각 9.68%, 29.63%에 불과했다. 역전에 발판을 놓았던 3세트부터는 42.5%로 대폭 늘어났고 5세트에서도 45%를 유지했다.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3차전에선 모든 걸 쏟아부을 예정이다. 2차전 직후 어깨 보호대를 착용한 채 인터뷰실에 나타난 김연경은 “어깨와 무릎에 통증이 있지만 이 시점이 되면 다 이정도 부상은 갖고 뛰기 때문에 괜찮다”며 “3차전에서 꼭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