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 19년 만에 내한

입력 2025-04-04 01:07
프랑스 뮤지컬 ‘돈 주앙’이 4월 서울, 대구, 부산에서 19년 만의 내한 공연을 펼친다. 마스트인터내셔널

프랑스의 대표적 싱어송라이터 펠릭스 그레이는 오랫동안 돈 주앙(Don Juan) 캐릭터에 매료됐다. 스페인에서 돈 후앙, 이탈리아에서 돈 조반니로 불리는 돈 주앙은 중세 민간 전설 속 바람둥이다. 오만한 귀족 호색한이 유혹하던 아가씨의 부친인 기사를 죽인 뒤 난봉꾼 행각을 이어가다가 석상이 된 기사의 혼백에 의해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레이가 대본과 작곡을 맡은 뮤지컬 ‘돈 주앙’은 기존 이야기와 다르다. 돈 주앙이 자신에게 죽임을 당한 기사로부터 저주를 받는데, 그 저주는 ‘사랑’이다. 그리고 돈 주앙은 기사의 석상을 만들던 조각가 마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마리아는 군인 라파엘의 연인이었고, 라파엘은 마리아와 사랑에 빠진 돈 주앙과 결투를 벌이게 된다.

프랑스 뮤지컬은 대사 없이 노래로 전개되는 ‘성 스루’(Sung-Through) 형식이다. ‘돈 주앙’ 역시 41곡의 강렬한 넘버가 관객을 먼저 사로잡는다. 프랑스 뮤지컬의 또 다른 특징은 배우가 노래와 춤, 연기를 함께 하는 영·미 뮤지컬과 달리 가수와 무용수로 구분된 캐스트를 운용한다. ‘돈 주앙’의 경우 스페인 배경에 맞춰 전문 플라멩코 댄서들이 나온다.

‘돈 주앙’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2006년 내한공연을 통해서다. 2005년 초반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이 폭발적인 반응이 일으키면서 프랑스 뮤지컬이 잇따라 소개된 것과 관련 있다. ‘돈 주앙’의 내한공연은 3주간 3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고, 그 성공에 힘입어 2009년 라이선스로도 제작됐다. 그리고 19년 만에 이뤄진 올해 내한공연이 4월 4~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8~20일 대구 계명아트센터, 25~27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2006년 내한공연과 비교해 극본과 음악에는 변화가 없지만, 조명과 LED 장치를 추가해 무대 효과를 강화했다. 주인공 돈 주앙은 2021년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 당시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준 지안 마르코 스키아레띠가 맡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