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3기 독자위원회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본사 대회의실에서 올해 두 번째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독자위원장), 조애신 출판사 토기장이 대표,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화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 팀장, 김상헌 법률사무소 헌승 대표변호사(이상 독자위원), 남혁상 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독자위 간사)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국민일보의 전반적인 보도 방향, 사회 갈등 속 언론의 역할 등을 두루 논의했다.
△김상헌 위원=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정해졌다. 국민일보 탄핵 관련 기사들을 관심 있게 봤는데 관련 진행 상황이나 각계각층 반응에 대해 잘 정리됐다. 그런데 다른 언론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탄핵 절차에서 나오는 전반적인 내용을 심층적으로 종합 정리하면 독자들이 탄핵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고 법리나 사실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탄핵심판의 쟁점과 그 쟁점에 대한 양쪽 당사자 주장은 어떻고, 관련 증거는 뭐가 있고,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정리하는 내용의 기사가 나간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본다.
△이대기 위원=제가 관심 있게 본 기사는 알뜰폰에 대한 것이다. 저는 안 쓰지만, 알뜰폰이 확산됐으면 해서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국민일보가 최근 두 달간 연속 보도하는데 알뜰폰이 왜 확산되지 못할까라는 내용도 있었고, 최근에는 알뜰폰을 외국인도 쓸 수 있다고 쓴 게 있었다. 한 아이템을 다방면으로 분석 보도한 게 인상적이었다. 다른 언론사도 알뜰폰 기사를 쓰지만 국민일보가 외국인 수요 증가 측면을 다룬 건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은퇴 후 금융자산과 그에 대한 삶의 만족도 보도가 있었는데 3월 18일자에 타깃데이트펀드(TDF) 관련 기사는 독자들 관심사를 반영한 좋은 주제라고 생각한다. 역사, 운용 전략 등을 상세히 보도해서 도움이 됐다. 다만 구체적 데이터와 전문가 견해를 더하긴 했는데 투자시 유의할 점이나 잠재 리스크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해서 아쉬웠다. 소비자 입장에서 어떤 리스크가 있는지 보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민호 위원장=그동안 탄핵심판, 대형 산불 등 굉장히 많은 사건이 있었다. 산불 대책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어젠다다. 종합적 시각도 중요하지만, 다른 신문과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에 더 주목해서 어젠다로 끌고 가느냐도 중요하다. 산불 예방, 정책, 예산, 산불 책임 관련해서도 기사들이 있었다. 좋게 본 것은 최근에 연속으로 이제는 이재민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다. 특히 국민일보 같은 성격을 가진 신문사가 이재민을 보호하고 돕고, 어떻게 다시 이 분들이 황폐해진 삶의 터전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를 지속적으로 보도해 준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작은 이슈인데 그걸 집중적으로 다루면 세상을 바꾸는 역할을 할 걸로 생각한다. 독자들도 언론이 우리 주변의 무언가를 바꾸는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중국 혐오 관련해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걸 국민일보에서도 유의미하게 지적하고 다뤄준 기사들이 있었다. 2월 21일자 12면에 도 넘는 혐중 문제를 톱으로 다뤘다. 많은 내용과 필요한 것들이 포함된 좋은 기사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걸 보면서 든 생각은 이 사안뿐 아니라 온갖 가짜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가 우리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는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를 고정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배치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최화진 위원=저는 블랙컨슈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3월 5일자에 ‘1683회 주문 후 허위 반품으로 거액 편취’ 기사와 18일자에 ‘악성 허위신고에 자영업자 피눈물’ 기사가 있었다. 첫 번째는 블랙컨슈머 때문에 선량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가 악성 인플루언서에게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국회에 블랙컨슈머 관련 법안이 발의됐는데 회기를 넘겨 폐기됐다. 그런데 지금 있는 법으로도 블랙컨슈머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다. 엄정히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는 사례나 처벌 예시를 적어주면 블랙컨슈머 활동이 잦아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요즘 물가가 엄청 오르고 있다. 그런데 원재료 가격은 떨어지는데 식품업계가 계속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단체도 성명을 냈고 다른 언론사는 이런 내용을 계속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일보는 이런 내용이 거의 없다. 3월 31일자에 이런 내용을 보도했던데, 언론이 단순히 식품가격 인상 소식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지 말고 이런 현상, 문제를 분석하고 제공함해 건강한 시장 생태계 만드는 데 기여해주셨으면 한다.
△조애신 위원=저는 좋은 기사를 얘기하고 싶다. 저도 기독교 출판계에 있는데, 국민일보의 가장 충성스런 독자는 목사님들이다. 올해가 선교 140주년이어서 국민일보가 다양한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 제가 집중해서 본 건 3월 18일자 ‘너와 나, 서로 돌봄’ 기획 기사가 있었다. 한국 교회의 위기를 어떤 측면에서 극복할 건지 실천적인 걸 다뤘다. 예배와 교육이 첫 번째로 필요한 거라면, 두 번째가 지역사회의 돌봄이라는 인식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돌봄은 삶’이라는 주제로 나오는 서울 신월동교회 기사가 감동적이었다. 동사무소와 중학교가 연대해 교회가 양쪽을 적극 지원하면서 학교도, 동사무소도 신앙을 좋게 생각하게 됐다고 나왔다. 감동적이었다. 교회가 실천적이고 구체적으로 이웃에게 다가가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된 계층에게 복음을 전하는 게 좋아 보인다. 또 하나는 이랜드복지재단과 함께 하는 ‘위고’, ‘돕돕 프로젝트’도 알게 됐는데, 교회가 좋은 일할 때 이랜드가 도와주는 돌봄의 선순환 기사들이 있었다. 사각지대에 빵과 복음을 같이 전달하는 기사여서 집중해서 보고 있다.
남수단 내전 생존자 권예하씨 기사가 있었다. ‘영화로운 작음’이란 다큐멘터리로 19살 밖에 안된 여성이 여러 상을 받았다. 남수단 내전 현장에 있었다는데, 전쟁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담았다. 내용이 좋아서 주변에 많이 알렸다. 요즘 좋지 않은 뉴스들이 많지만 미션면은 우리를 따뜻하게 만들어 좋은 것 같다.
△안 위원장=국민일보가 미션 섹션을 별지 형태로 발행한다. 이런 관점에서 국민일보의 차별화가 중요한데, 미션면에 실리는 기사들 중 1면에 실리면 훨씬 좋았겠다 생각하는 기사들도 있었다. 4월 1일자 미션면(33면)에 미얀마 지진 구호 내용이 있었다. ‘전쟁터 같은 통곡의 땅, 실낱 희망이라도’란 제목이었는데, 1면에도 미얀마 사진이 실렸다. 선교단체 관련 내용이지만, 저는 이런 기사를 그밖의 내용들을 더 넣어 보완한다면 1면에 그 제목 그대로 들어가도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국민일보의 색깔이 확 살아나는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라 신문의 1면이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역으로 보면 1면에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좀 더 감동적이고, 주관적인 내러티브가 있는 기사들도 1면에 과감하게 실을 수 있는 기독교정신에 부합하는 기사를 한번씩 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신문이 너무 기독교적으로 비쳐질까봐 일반면과 미션면을 기계적으로 분리하기보다 장점을 살리려는 방안을 고민하면 좋겠다.
△이 위원=저는 기독교인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도 국민일보가 자리잡아가는 상황에서 미션 기사가 1면에 나오면 반감을 살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주요기사들은 포털 뉴스스탠드와 채널에도 중요하게 나온다. 언론은 전체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이 경우 약간의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안 위원장=리스크가 있을 수 있어서 함부로 하면 안 될 것 같고, TF를 구성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든지,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건 이 위원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제가 생각하는 건 저널리즘 환경이 양극화되고 정파적인 상황에서 이걸 통합하고 치유할 수 있는 국민일보의 기독교적 관점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 어떤 식으로 가능하겠는가를 고민해 볼 만하지 않겠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위원님이 말씀하신 약간의 리스크 때문에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문제는 이 시장이 세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 시장이 자기만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어느 정도 방향을 실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한다.
△이 위원=지난주 영유아 사교육을 36개월부터 한다는 기사가 있었다. 다른 방송프로그램에서 먼저 나와서 진짜 심각하구나 싶었는데 마침 국민일보가 다뤘다. 영유아 사교육 조기화와 그로 인한 가족 갈등까지 나와서 좋은 기사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라이딩 인생’ 제작진 인터뷰도 실었는데 사회적 메시지를 깊이 있게 전달한 게 다른 언론과 많이 차별화돼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사에는 아이가 만 36개월부터 사교육 시작한다고 나왔는데, 이 부분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가정과 지역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다양한 통계와 연구를 통해서 조금 더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했으면 더 좋았겠다.
정리=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