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 기간 추천 도서 2권… 계절 오가는 길목, 바람끝 매서워도 부활 소망 품고 나아갑니다

입력 2025-04-04 03:04
게티이미지뱅크

때아닌 추위에 한껏 움츠리더라도 이내 가슴을 펴보는 건 조만간 따스한 날이 온다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 역시 예수의 부활을 확신하기에 험난한 시절 속에서도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부활절(20일)을 앞두고 부활 소망으로 복음을 조명한 신간 2권을 소개한다.

부활이 있기에/이승장 지음/홍성사

부활이 있기에’(홍성사)는 ‘복음주의 학생운동의 대부’ 이승장 목사가 신약성경 고린도전서 15장을 바탕으로 예수의 부활과 복음을 풀어낸 책이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상임대표 등을 지낸 저자는 해당 본문에 관심을 두게 된 배경으로 8살배기 딸을 잃은 아픔을 소개한다.

딸은 형제만 있던 이 목사의 오랜 꿈이었다. 박봉에 고달픈 간사 생활을 견디게 해 준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심장에 장애를 안고 태어난 딸이 수술 후 세상을 떠나자 부부의 신앙은 뿌리째 흔들렸다. 몇 달째 방황하던 부부를 붙잡은 건 고린도전서 15장이다. 이들은 “이 본문을 읽고 또 읽으며 진정한 위로와 치유, 회복과 소망을 경험했다”며 “딸이 엄마 아빠와 두 남동생에게 부활의 복음이란 선물을 남겼다”고 고백한다. 또 “이 선물을 나누려는 사무친 간절함이 책을 쓴 계기”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본문 속 고린도교회의 현실을 강론하며 한국교회가 당면한 현실을 짚는다. 그는 “한국교회가 ‘중증 복음 결핍증’으로 사경을 헤맨다”고 봤다. “복음 중심으로 교회가 세워져야 건강한데, 이를 무시해 생명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세상을 바로잡고 화목케 할 교회가 (어째서) 서로 판단하고 정죄하며, 사회에 극한 혼란을 주고 있을까요.… 우리 주님께서 얼마나 분노하겠습니까.”

예수 부활을 “하늘과 땅이 이뤄낸 우주적 사건”으로 설명하는 저자는 이의 가장 확실한 증거로 ‘예수 만나 변화된 사람’을 든다. 참혹한 현실 가운데도 소망을 품고 이웃을 섬기며 ‘부활 증인’으로 사는 이들이다. 유럽의 평화를 꿈꾸며 포로수용소 내 독일군에게 성경을 가르치는 ‘노튼 캠프’를 세운 영국 기독 청년들, 30여년 일제강점기 아래 민족 독립을 꿈꾸며 학교와 교회를 세운 우리네 선조가 그랬다. 저자의 마지막 당부다.

“그리스도인은 예수가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 것을 믿으며 바랄 수 없는 걸 바라는 ‘희망의 바보들’입니다.… 우리 일상이 복음에 합당한 삶이 되고 주의 몸인 교회가 영광을 회복하며 이 세상에 하나님 나라가 임하도록 ‘성서 한국’의 꿈을 포기하지 맙시다.”

교회의 시간/이종태 지음/복있는사람

영성 신학자 이종태 서울여대 교목실장의 신간 ‘교회의 시간’(복있는사람)은 시 같은 문장이 가득한 사순절 설교집이다. 국내외 문학을 풍부히 인용하며 교회력의 의미와 더불어 성경이 말하는 인간과 예수, 죽음과 부활 등의 기독교 개념을 친절히 해설한다.

태어났을 땐 강보에(눅 2:7), 십자가 처형 뒤엔 세마포로 싸인(요 19:40) 예수를 보며 “최초의 옷과 최후의 옷은 제 손으로 입지 못하는” 인간의 한계와 무력함을 설명한다. 동시에 일견 죽은 것으로 보였던 예수의 몸에 ‘십자가와 부활의 신비’가 감싸져 있고, 이는 믿음의 사람만 발견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부활 신앙이란 그저 부활을 말이 된다고 수긍하는 게 아닙니다.… 부활한 예수 앞에서 말문이 막히고 또 말문이 트이는 것입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걸 경험하니 말문이 막히고 이를 체험하니 샘솟듯 찬양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부활 신앙은 반드시 인간의 몸, 즉 실천으로 드러난다고도 강조한다. 저자는 “엠마오로 향하던 제자들이 자신과 동행한 이가 부활한 예수임을 알아챈 순간 주님의 몸이 사라졌다. 이는 부활을 살아낸 사람들, 즉 교회가 이제 그리스도의 몸이기 때문”이라며 “부활한 그분은 이제 교회와 그리스도인을 통해 이 땅에서 움직인다”고 말한다.

부활이 믿기지 않고 교회에 실망한 이들을 향한 당부도 전한다. “지금 어디로 가고 계십니까.… 믿음을 떠나 두려움과 절망, 의심을 품더라도 이건 기억하십시오. 그 길에 말을 걸어오는, 어떤 신비한 현존이 있습니다. 그분은 바로 주님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참으로 다시 사셨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