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AI가 그리는 미래

입력 2025-04-04 00:33

며칠 전부터 지브리풍의 프로필 사진이 SNS에 뜨기 시작했다. 하나둘 프로필 사진을 올리는 지인들을 보며, 호기심이 들어 챗GPT에 접속했다. ‘이 사진을 지브리풍으로 그려줘”라고 명령어를 입력했다. 사용자가 많아 이미지 생성이 지연된다는 안내가 떴다. 8분 정도 기다렸다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몰리기 전이라 무료 회원인데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처리된 듯했다. 시간이 지나자 기사가 속속 올라왔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그래픽 장치가 녹아내리고 있다”고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로 큰 인기를 끄는 모양이었다.

잠시나마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가 된 기분이었다. 불과 8분 만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니. 놀랍고 무서웠다. 인공지능(AI)은 원본의 명암과 구도, 온화한 색감과 분위기도 완벽히 구현했다. 감탄도 잠시, 이내 허망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렸다면 어땠을까. 콘티를 짜고, 연필로 스케치하고, 붓펜으로 선을 그리고, 밑그림을 포토샵으로 옮겨 채색해야 한다. 필압에 따라 선의 굵기가 다르게 표현되는 그림체가 정겨운 분위기를 살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다소 힘들어도 그 과정을 수행해 왔다. 균일하지 않은 선에 투박하고 정감 있는 그림체의 특색이 드러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예술은 과연 창작자의 성역이 될 수 있을까. AI가 주어진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꾸준히 개발된다면, 자가발전하지 않을까. 나중에는 AI가 예술가의 역할을 변화시킬지도 모른다. 시툰(詩+webtoon)을 그리는 창작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모든 공정이 생략되고, 뚝딱 복제될 수 있다는 사실이 씁쓸했다. 나는 장편 연재를 하느라 무릎 높이까지 쌓아둔 스케치북을 물끄러미 보았다. AI는 답변 끝에 나에게 역으로 질문했다. “AI가 인간의 창작을 돕는 조력자가 될까요? 아니면 인간을 뛰어넘는 창작자가 될까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