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속보이는 절충교역 트집… “K방산 죽이고 美방산 살리기”

입력 2025-04-03 02:01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국제관례인 ‘절충교역’을 무역장벽으로 지목한 것은 국방 부문 무역장벽 완화 협정인 국방상호조달협정(RDP)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국산 무기가 싼값으로 미국에 수입되는 걸 막고, 동시에 자국의 기술 통제를 강화하려는 목적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방산산업 육성을 위해 세계적 수준의 ‘K방산’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 외교 소식통은 2일 “절충교역을 문제 삼은 건 K방산을 죽이고 미국 방산을 살리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우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이 미국의 기술로 개발한 FA-50, 155㎜ 포 등을 수출하고 있는데,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의 절충교역 효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미국이 한국을 향해 절충교역을 언급한 건 견제 속내가 분명하다는 얘기다.


한국은 외국 무기를 구매할 때 계약 금액 대비 수의계약 30%, 경쟁계약 50%를 절충교역으로 적용하게 돼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절충교역 비율을 사실상 100%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은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그 효과도 해마다 줄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0년 한국 무기 수입액은 13조6000억원이지만 절충교역 효과는 약 1조원에 머물렀다. 2011~2015년 절충교역 효과는 10조4509억원이었는데 그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절충교역 문제를 통해 K방산 성장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한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한·미 정부는 RDP 협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RDP는 조달 제품 수출 시 무역장벽을 없애거나 완화하는 협정으로, 국방 분야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불린다.

외교 소식통은 “RDP가 체결되면 한국의 무기가 낮은 가격에 미국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미국 방산업계가 상당히 꺼리고 있다고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RDP 협상을 미국에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전략을 짜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한국이 미국산 무기로 절충교역 효과를 보고 있으니, 미국산 무기 역시 RDP 협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도 “트럼프 행정부가 내민 하나의 협상 카드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절충교역을 건드리며 무기 기술이전 비용을 더 얻어내려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절충교역 트집을 시작으로 우리가 미국의 기술을 활용했을 때 로열티를 달라고 요구할 수 있고, 노골적으로 미국산 무기 수입을 더 늘리라고 압박할 수도 있다”고 했다.

방사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수입 무기 78%(약 12조원)는 미국산이다. 민 교수는 “우리가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첨단 무기를 구매하고 관련 기술을 얻어 오는 것임을 설득해야 한다”며 “미국이 그래도 문제 삼겠다고 하면 우리도 그 많은 돈을 다 지불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강점을 가진 재래식 무기와 미국의 주 수출품목을 조율해서 협력하는 방안이나 우리의 제조 능력과 미국의 설계 능력을 절충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박민지 박준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