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관세전쟁 포문… “반격”“협상” 각자도생 나선 세계

입력 2025-04-02 18:50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둔 2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차들이 세워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시간 3일 오전 5시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1시부터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25% 관세도 발효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로 무역장벽을 높이자 주요 교역국들은 보복과 협상, 우군 확보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대응을 모색하며 각자도생에 나섰다. 세계 최대 대미 무역 흑자국인 중국은 한국·일본에 이어 과거 국경 분쟁을 겪은 인도에도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쉐페이훙 주인도 중국대사는 1일 관영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수년간 인도의 최대 무역국이었다. 인도와 경제·무역에서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고 더 많은 제품을 수입하며 더 많은 기업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중국을 상대로 1025억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수입액이 1204억 달러로 수출액(179억 달러)을 압도했다. 이런 인도를 향해 수입을 늘리겠다는 쉬 대사의 제안은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맞서 우군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중국과 인도의 수교 75주년인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에게 보낸 기념 축전에서 “세계 다극화와 국제 관계의 민주화를 함께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중심의 일극화 국제질서에 맞서자는 취지다.

중국은 지난 2월부터 두 달 연속 10%씩 관세율을 상향한 미국에 보복 조치로 대응해 왔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러시아를 방문 중인 이날 현지 관영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각종 위협을 가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단호하게 반격할 것”이라며 강경한 보복을 경고했다.

유럽연합(EU)도 중국처럼 맞대응을 계획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본회의 연설에서 “우리에겐 협상할 힘도, 반격할 힘도 있다. 협상은 열려 있지만 강점을 활용해 접근하겠다”며 “반드시 보복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하면 실행할 수 있는 강력한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반면 EU 비회원국인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미 보복관세 관련 질문에 “그들(미국)이 원하는 것은 침착하고 차분한 대응이지 (보복관세 같은) 반사적 대응이 아니다. 국익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있어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첫 전화 통화에서 교역 증대와 북미 경쟁력 확보, 상호 주권 보호에 뜻을 모았다. 캐나다 총리실은 “카니 총리가 멕시코와의 교역 증대를 포함해 캐나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계획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다만 외교상 실익을 추구해온 셰인바움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협상 카드를 내밀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로부터 범죄인 인도를 요청받은 마약사범 명단이 있다. 공동 노력 여하에 따라 이송 절차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세 우대 여부에 따라 범죄인 인도 협력 수준을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김철오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