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자 100만명 중 ‘미용’이 70%… 의료관광 딜레마

입력 2025-04-03 02:02
서울 송파구 소피텔엠버서더서울호텔에서 열린 '2023 서울의료관광 국제트래블마트'에서 의료 서비스관련 국내 셀러들과 의료관광 관련 해외 바이어들이 미팅을 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뉴시스

지난해 국내로 ‘의료관광’을 온 외국인이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 사업을 본격 시작한 2009년 이래 최대 실적으로, 누적 외국인 환자는 500만명을 넘어섰다. 대다수는 피부과·성형외과 등 미용 목적이었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의료공백을 막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는 사이 미용 진료를 중심으로 하는 개원가는 ‘행복한 비명’을 지른 셈이다. 피부과·성형외과 매출이 늘수록 힘들게 수련을 마치고 전문의를 딴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등지고 개원가로 향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일 이런 내용의 ‘2024년 외국인 환자 유치 현황’을 발표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환자는 117만467명으로 2023년 60만5768명보다 2배가량 늘었다. 외국인 환자는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으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닌 상태에서 진료받은 환자를 말한다.

외국인 환자 유치는 2019년까지 연평균 23.5% 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으며 2020년 12만명으로 급감했다. 이후 3년간 회복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02개국에서 한국 의료를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이 44만11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26만641명으로 뒤를 이었다. 두 국가가 전체 외국인 환자의 60% 수준이었다. 미국 10만1733명(8.7%), 대만 8만3456명(7.1%), 태국 3만8152명(3.3%) 순이었다.

피부과 진료가 70만5044명(56.6%)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그 다음이 성형외과로 14만1845명(11.4%)이었다. 일본 환자는 피부과와 성형외과 진료 비중이 80%에 달했다. 의료기관별 통계에서도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많이 분포한 의원급 방문율은 82%를 기록했다. 반면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은 각각 14.4%, 7.6% 감소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외국인들의 호감도에 더해 가격 경쟁력과 접근성, 코로나19 이후 피부과 수요 등이 맞물린 결과”라며 “피부과나 성형외과 시술을 받는 게 한국 관광의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 잡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미용 분야 의료시장 팽창은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긍정적 측면과 필수의료 인력을 빨아들인다는 부작용이 공존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종의 딜레마 상황인 것이다. 이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린 이유이기도 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추진하면서 고령화라는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의과학자 양성, 필수의료 인력 확충 등을 주요 논거로 제시했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인 환자 유치 산업은 의료와 관광이 융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며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상급종합병원의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한 정책 홍보 등도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박은주 박상은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