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미 기자의 Song Story] “왜 이런 일이… 원망할 때도 하나님 내 옆에 계심 알았죠”

입력 2025-04-05 03:18
작곡가 주영훈씨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찬양 ‘거기 있었다’에 담긴 간증을 나누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작곡가 주영훈(56)씨가 만든 찬양 ‘거기 있었다’는 오랜 시간 아버지 병간호를 하던 주씨가 같은 처지에 있는 성도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곡입니다. 미국에서 30여년간 개척교회를 섬기다 은퇴한 그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3년 넘게 치료를 받던 중 지난달 별세했습니다. 같은 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하나님은 왜 사랑하는 종이 이렇게 고통을 당하게 하실까 원망했을 때도 있었다”며 “그런데 간병 기간을 돌아보니 내가 아버지를 돌보는 모습을 통해 자녀들이 진정한 섬김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돌아봤습니다.

병간호 중에 주씨가 유튜브로 찾아 듣던 찬양은 그에게 큰 위로였습니다. 어느 날 찬양에 달린 댓글을 보게 됐는데 가족들이 아파서 병실에서 찬양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나처럼 막다른 골목에서 외로워하고 절박하게 하나님께 매달리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종종 병실에서 마주치는 다른 보호자들을 볼 때마다 다들 어딘가에서 ‘가족을 살려달라’고 기도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간호에 지쳐 늦은 밤 홀로 잠이 들 그 누군가에게 그 순간에도 하나님이 옆에 계시다는 것, 그 기도를 듣고 계신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이게 사실 제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니 곡이 금방 나오게 됐죠.”

“너 홀로 있을 때 그때 나 거기 있었다/ 또 너 목 놓아 울 때 그때도 거기 있었다/ 너 겨우 버틴 오늘 난 또 여기에 있다/ 너의 간절한 기도 모두 듣고 있었다….” 그렇게 나온 곡은 그가 하나님께 부르짖는 곡조 있는 기도이기도 했습니다.


주씨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융통성 없고 센스 없고 설교도 재미없는’ 목회자였습니다. 강남 노른자 땅을 싼값에 팔고 오로지 한 영혼을 살리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포기하지 않고 목회에만 매달릴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그는 회상했습니다.

“제가 수많은 히트곡을 써도 아버지는 좋아하시지도 않고 찬송가만 들으셨어요. 그렇게 고지식하다 보니 개척교회에서 30년 동안 사역을 하실 수 있었어요. 신장개업한 음식점도 6개월만 지나면 더 이상 새 식당이 아닌데 교회는 30년을 해도 개척교회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개척교회 목사님들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성도 5명이 있더라도 하나님이 그 5명을 맡기신 거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그 성도를 돌보고 있음을 아니까요.”

주씨는 그가 진행하고 있는 CBS 간증 프로그램 ‘새롭게 하소서’에 대해 ‘스튜디오에서 드리는 예배 같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주일마다 습관적으로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고 기도했었는데 다양한 간증자의 이야기를 통해서 더 큰 은혜를 받는다고 전합니다.

“사실 처음 섭외가 들어왔을 때는 감사함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던 축구 선수가 4부, 5부 리그로 강등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아무도 보지 않고 관심 없는 프로그램을 맡았다고 생각해 6개월만 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만나는 사람마다 ‘새롭게 하소서’ 잘 보고 있다는 말만 하세요(웃음). 제 대표작이 된 거죠.”

앞으로의 계획을 모두 하나님께 맡겨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그는 그래도 꼭 이뤘으면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찬양 사역자들이 마음 놓고 작곡하고 녹음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과 찬양 경연대회가 아닌 찬양 축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K팝에 비해 국내 찬양 사역자들의 여건은 영세한 경우가 많아요. 교회가 각종 음향 시설과 악기에는 돈을 엄청나게 쓰는데 정작 콘텐츠에는 무관심하기도 하고요. 제가 간증 다니는 곳마다 이런 목표를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 선포하다 보면 언젠가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붙여주시고 꿈을 이뤄주시지 않을까요.”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