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클라우드 빅3 업체가 모두 국내 보안인증제 등급 획득에 성공하면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 사이에 비상에 걸렸다. 보안인증제를 통과하면 대국민 홈페이지 운영 등 공공 분야 진출이 가능해진다. 국내 시장을 둘러싼 해외와 토종 업체 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설상가상으로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국가 핵심 기술을 다루는 안보·금융 부문까지 미국 CSP를 사용할 수 있게 관련 지침을 마련하라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면서 외산 공습이 거세질 전망이다.
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전날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보안인증제 ‘하’ 등급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시작으로 구글 클라우드가 올해 2월 같은 등급을 받았고, 이번에 AWS까지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 3곳 모두 한국 정부와 공공기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조만간 국가 안보 관련 정보를 다루는 중·상 등급 수준의 분야에도 세 업체가 진출할 수 있도록 등급 인증을 압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의 국가별 무역장벽(NTE) 보고서는 한국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각사의 서버를 운영하는 대신 해외 서버를 사용하도록 개방도를 높일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내 업계는 한국형 초거대언어모델(LLM)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결합한 클라우드 서비스로 외산 클라우드 업체의 진출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국가 핵심 정보를 다루는 공공기관에 자사의 LLM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를 적용해 각 기관에 특화된 AI 플랫폼을 구축하는 전략을 세웠다. 최근 한국은행과 맺은 계약에서는 하이퍼클로바X 모델이 한국은행이 보유한 데이터를 학습하도록 해 금융·경제 분야에 전문화된 AI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국가 중요 보안 시설로 분류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시스템에도 하이퍼클로바X 모델이 적용된다. 하이퍼클로바X가 원자력발전소의 발전 데이터를 학습해 원전에 특화한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한수원의 보안을 고려해 폐쇄된 네트워크 안에서만 활용할 예정이다.
국내 공공클라우드 시장에서 가장 많은 사업권을 수주한 NHN은 초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를 중심으로 AX(AI 전환)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NHN은 행정안전부, 한국조폐공사,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국내 주요 공공기관 클라우드 사업을 잇따라 맡으면서 쌓은 노하우로 CSAP 중·상 등급 분야의 경쟁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미국 정부의 요구로 조만간 보안인증제 ‘중’ 등급까지 외산 업체에 열릴 수 있다”면서 “이번 개방을 계기로 국내 업체들도 클라우드 보안 기술 개발에 보다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