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학 길들이기’… 이번엔 프린스턴대 보조금 중단

입력 2025-04-02 19:07 수정 2025-04-02 19:08
지난해 4월 미국 대학가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확산됐을 때 하버드대의 모습. 학교 설립자 존 하버드 동상 앞에서 학생들이 텐트를 치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정책 변화를 압박하며 연방정부 지원금을 차단하고 나선 가운데 이번에는 프린스턴대가 표적이 됐다. 컬럼비아대를 시작으로 펜실베이니아대, 하버드대에 이어 프린스턴대까지 반유대주의 등을 이유로 보조금 취소 통보를 받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주요 사립대를 대상으로 ‘문화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아이스그루버 프린스턴대 총장은 1일(현지시간) 학교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수십 건의 연구보조금 지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아이스그루버 총장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국방부, 에너지부 등으로부터 보조금 중단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 조치의 전체적인 근거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프린스턴대는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적법한 절차에 따른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린스턴대는 지난해 반유대주의 시위가 벌어졌던 대학 중 한 곳이다. 당시 가자지구 전쟁 격화에 따라 미국 대학가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유행처럼 번졌는데, 이들 시위가 과격해지면서 논란이 됐다.

아이스그루버 총장은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컬럼비아대에 대해 처음으로 연방보조금 지급을 중단하자 이를 비판했다. 그는 시사지 애틀랜틱에 “반공 광풍 이후 미국 대학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자신이 총장을 맡은 프린스턴대도 보조금 중단 위기에 놓인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때부터 반유대주의에 맞서지 않는 대학에 대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7일 컬럼비아대를 상대로 4억 달러 규모의 연방 계약과 보조금 지급을 취소했다. 이후 컬럼비아대는 정부의 요구사항을 수용했고, 카트리나 암스트롱 총장은 사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의 모교 펜실베이니아대에도 트랜스젠더 스포츠 정책을 이유로 1억7500만 달러 규모의 지원을 끊었다. 이 학교가 2022년 트랜스젠더 운동선수를 여자 수영팀으로 출전시켰다는 이유였다.

하버드대에 대해서도 향후 몇 년간 지급하기로 한 87억 달러 규모의 연방보조금 지급을 재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현재 하버드대를 포함한 60개 대학에 대해 반유대주의적 차별과 괴롭힘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대학협회는 성명을 내고 “연구와 무관한 이유로 연구자금을 차단하는 것은 위험하고 역효과를 불러온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