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숏폼’에 빠진 청소년 방치해선 안 된다

입력 2025-04-03 01:10

청소년들의 ‘숏폼’(짧은 영상) 의존도가 심각한 수준이라 우려된다. 뇌 발달이 완성되기 전 사춘기 시기의 숏폼 중독은 집중력 저하와 문해력 약화 등을 불러올 수 있어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청소년 매체이용·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청소년이 가장 많이 이용한 매체는 틱톡이나 릴스 같은 1분 이내의 숏폼 콘텐츠(94.2%)였다. 모바일 메신저, 인터넷 개인 방송, 동영상 사이트보다 이용률이 높았다. 청소년이 속한 ‘알파 세대’(2010년 이후 출생자)는 더 짧고 압축적인 영상에 끌리는 것으로 보이는데, 숏폼 콘텐츠가 가진 강한 자극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숏폼 콘텐츠는 어른들도 한 번 보면 멈추기 어려울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성장이 진행 중인 청소년기에 숏폼에 자주 노출되면 인내심이 부족하거나 의사소통 능력이 제대로 발달되지 않을 수 있어 걱정이다. 학습과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짧고 강렬한 자극에만 뇌가 반응하는 ‘팝콘 브레인’ 현상이 심각해진다고 하니 그냥 두고 볼 일이 아니다.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사 10명 중 9명은 학생들의 문해력이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응답했는데 가장 큰 이유로 디지털 매체 과사용을 꼽았다.

청소년의 숏폼 중독으로 인한 폐해가 우려되는 만큼 미취학 아동과 초등학생은 가급적 이를 보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쉽지 않다면 최소한 시간을 정해 숏폼 시청을 제한하는 게 필요하다. 단순히 이용을 금지하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 청소년 스스로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출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 정부도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등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적극 발굴해 상담 치료를 하는 등 청소년 보호 정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