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햇빛처럼 없는 사람이 되고 싶지요. 사람들은 눈을 비비며 어디에 있는 거야?
햇빛은 종이처럼 희고 햇빛처럼 어떤 아이는 자꾸 없어요. 종이, 책, 글자 그런 것은 많지요.
나는 햇빛 속에서 햇빛처럼 말하는 거지요. 눈 속의 눈처럼 햇빛 속의 읽을 수 없는 글자처럼
사람들은 눈을 깜빡이며 그런데 뭐가 지나갔지? 뭐가 지나가서 햇빛이 여기에 있는 거지?
종이, 책, 글자 그런 것은 많고 나는 거기 없어요. 햇빛 속의 눈, 눈, 눈송이처럼
-이기성 시집 '감자의 멜랑콜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