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하위권으로 평가받던 프로축구 K리그1 대전 하나시티즌이 올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023년 승격하자마자 3위에 오른 광주FC, 가까스로 잔류한 뒤 지난 시즌 준우승을 거둔 강원FC처럼 ‘돌풍의 팀’ 계보를 잇는 모양새다.
대전은 2일 기준 2025 K리그1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7경기 만에 승점 16점(5승1무1패)을 쌓아 매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2위 김천 상무(11점)와의 격차도 꽤나 벌어진 상황이다. 겨울 이적 시장에서 대대적 선수 영입 작전을 펼친 대전이 ‘다크호스’다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사실 대전은 상위권 경쟁과 거리가 멀었던 팀이다. 1997년 창단한 대전은 오랜 전통에도 아직까지 K리그1 우승을 달성하지 못했다. 2015시즌에는 리그 최하위에 그쳐 K리그2로 강등됐고, 2023시즌 다시 K리그1 무대를 밟았다. 1부 승격에는 성공했지만 지난 두 시즌 연속 8위에 머물렀다. 당장 잔류를 위한 생존 경쟁부터 하는 게 급선무였다.
지난 시즌 도중 대전 지휘봉을 잡은 황선홍 감독은 위를 바라봤다. 그는 “강등을 면하는 게 지향점은 아니다. 대전을 명문으로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라는 소신을 밝혔다. 대전은 주민규와 정재희, 하창래, 임종은, 박규현 등을 외부에서 대거 수혈해 전력 강화에 공을 들였다. 경험과 실력을 두루 갖춘 베테랑들을 데려와 당장 이기는 축구를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황 감독은 개막 전 “우리는 지난해까지 강등 싸움을 했다. 한 단계씩 밟고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 보강을 마친 대전이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자 도전자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전은 전날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울산 HD를 3대 2로 꺾고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 시즌 유일한 1패를 안겼던 ‘디펜딩 챔피언’ 울산을 상대로 설욕에 성공했다. 주축 공격수 마사와 최건주가 부상으로 이탈했는데도 K리그1 3연패의 강호와 맞서 값진 승리를 따냈다.
대전은 경기 주도권이나 흐름을 내준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전날 울산전에선 2-0으로 앞서다 동점까지 허용하고도 승리를 챙겼다. 현재 13골을 기록 중인 대전은 리그 12개 구단 중 가장 먼저 두 자릿수 득점 고지를 돌파했다. 국가대표 골잡이인 이적생 주민규가 6골 1도움으로 해결사 역할을 도맡고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