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세 전쟁에 금융 불안한데, 무책임한 금감원장 사의 표명

입력 2025-04-03 01:20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어제 라디오에 출연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직을 걸고라도 막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결국 이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그렇더라도 금융감독 수장이 방송에 나와 거취를 표명한 것은 정부 내 정책 혼선과 리더십 부재를 드러낸 것으로 파장이 작지 않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첨예한 건 당연지사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리 강화라는 순기능이 기대되는 이면에 기업 입장에선 이사들의 민형사상 책임 확대로 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원장의 개정안 지지 역시 개인적 정책 소신이라면 존중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모든 국민과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개인 소신만 앞세운다면 정책 일관성과 위기 대응 능력에 의문을 낳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금융감독 수장이 정책 불만에 따른 사의 표명 사실을 자랑하듯 방송에서 공개한 건 정부의 정책 조율 능력에 대한 국민 불신을 자초하는 것이다. 임기가 두 달가량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홈플러스 사태 등 굵직한 현안들을 뒤로 하고 사퇴를 강행하려는 그의 행보에 정책을 책임진 당국자로서 진정성이 있는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도입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민감한 시기에 금융감독 수장의 공개적 이탈은 금융정책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이 원장이 지난달 28일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 불참한 사실은, 정부 내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그의 불신이 이미 상당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은 “시장 상황이 어려운데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며 사퇴를 만류했다고 한다. 정부는 정치의 혼란이 경제 불안을 증폭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정책 리더십을 재정비하고 내부 조율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