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금개혁, 청년층 불리하지 않다

입력 2025-04-03 00:33

무려 18년 만의 결단이다. 청년층의 미래를 위해 큰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정당하다. 일부에서 청년층이 불리한 개혁이라고 하나 근거가 약하고, 침소봉대한 측면이 있다.

첫째, 보험료 측면이다. 청년층이 납부 기간이 길어 손해인 것처럼 말하지만 중장년층 인구가 훨씬 많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보험료율 4% 포인트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금 27조원 중 중장년층이 약 18조원을 부담하고, 청년층은 9조원 정도를 부담할 것이다. 보험료 인상이 늦어질수록 2차 베이비붐 세대 954만명 등이 납부자 신분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이들이 은퇴하기 전에 빨리 올릴수록 청년층 세대의 부담은 그만큼 줄어든다.

둘째, 기금 수익금 측면이다. 지난해 말 현재 기금 적립금은 1213조원에 이르렀는데, 이 중 수익금이 738조원으로 60.8%를 차지했고, 그 비중은 매년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총수입 83조원 중 보험료 41조8000억원(50.4%), 수익금 41조2000억원(49.6%)이었으나 2021년에는 총수입 144조7000억원 중 보험료 53조5000억원(36.9%), 수익금 91조2000억원(63.1%)이 됐다. 국민이 보험료 100원을 내면 수익금이 150원 붙어 250원으로 돌아온다는 말이다. 이는 국민, 특히 청년층에게 큰 이익이다. 결국 중장년층이 청년층보다 2배 정도 보험료를 내고 그것이 원천(seed money)이 돼 수익금을 만들며 2가지를 합친 것 중 상당액이 청년층에게 이전된다. 이러한 원리로 총 7000조원에 이르는 미래 부담금이 줄어드는 것이다.

셋째, 연금 급여 측면이다. 소득대체율이 3% 포인트 인상되는데, 남은 가입 기간에만 적용한다. 중장년층은 가입 기간이 얼마 안 남았고, 청년층은 많이 남았다. 기대수명이 현재 84.3세인데, 2070년에는 91.2세까지 늘어나므로 청년층이 국민연금을 7년 정도 더 오래 받는다. 또 청년층에게 적용되는 출산·군복무 크레디트가 크게 개선됐고, 보험료 지원도 확대됐다.

넷째, 기금 소진 측면이다. 청년층이 가장 불안하게 느끼는 것인데 이번에 국가 지급보장 규정이 명문화됐고, 소진 시기도 최대 15년 연장됐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번 개혁으로 기금 성장기가 15년에서 28년으로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 수익률은 투자 규모와 투자 기간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국 퇴직연금인 ‘401K’는 기금 규모가 7조 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1경원에 이르고, 20년 연평균 수익률은 8.6%에 달한다. 우리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1988~2024년)은 6.82%다. 이번 개혁으로 기금 성장기가 연장되는 기회를 잘 살려 기금운용 혁신 및 국민연금 재원 구조 다원화 등의 구조개혁 후속 조치가 결합된다면 청년층의 연금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

장재혁 국민연금공단 기획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