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4일로 정하면서 여야 대치의 한가운데 서 있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이슈가 수그러들었다. 헌재가 지금의 8인 체제 선고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쌍탄핵’ 카드도 일단 동력을 잃게 됐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일 오전 9시 정부서울청사 앞 기자회견에서 한 권한대행을 향해 “오늘 당장 마 후보자를 임명할 것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며 “오늘까지 임명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헌정 붕괴를 막기 위해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임명 시 재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약 1시간30분쯤 뒤 헌재가 윤 대통령 선고일을 4일로 통지하면서 기류가 변했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탄핵은) 깊이 전략적으로 판단해 국민 마음에 부합하는 결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일단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쌍탄핵 추진 방향을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미 발의된) 최 부총리 탄핵안은 본회의가 열리면 예정대로 보고될 것”이라면서도 “한 권한대행에 대해선 탄핵까지 (직접) 거론하진 않았기 때문에 조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미 발의된 최 부총리 탄핵소추 절차는 계속 이어가되 한 권한대행 탄핵 추진 여부는 추후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 부총리 탄핵 역시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되더라도 당장 표결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황이 달라졌으니 기류도 조금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조기 대선 정국을 감안한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국무위원 줄탄핵 추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는 상황에서 시급성이 사라진 카드를 강행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한 권한대행이 조기 대선을 관리할 총책임자가 된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한 중진 의원은 “한 권한대행에겐 내각의 중심을 잡고, 대선 국면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만 헌재 선고일까지 ‘비상행동 체제’를 유지하며 총력 여론전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소속 의원들은 이날부터 국회에서 비상대기에 들어갔으며, 서울 광화문의 천막당사도 계속 유지된다.
국민의힘도 의원들에게 비상대기와 함께 원거리 활동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의원들은 헌재 인근에서 4∼5명씩 조를 짜 철야농성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장군 정우진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