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가 정보기술(IT)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항공사는 홈페이지·애플리케이션(앱) 개편, 인공지능(AI) 챗봇 강화 등 편의성 제고를 위한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사업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IT 예산을 지난해보다 약 20% 높게 책정했다. 대한항공은 2026년 12월로 계획된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여객, 화물, 운항, 정비 등 부문별 데이터 통합 및 활용 체계를 개선할 예정이다.
‘인공지능 컨택센터(AICC)’도 구축한다. AICC는 AI 기술을 접목해 음성봇·챗봇 등이 소비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클라우드 기반 지능형 고객센터다. 생성형 AI 기술 등을 활용해 업무 영역에서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도 마련한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IT 사업에 300% 이상 늘린 예산을 투입한다. 최근 모바일 웹·앱을 개편했다. 항공권 구매 절차를 간소화해 소비자들이 항공권 예매에 소요하는 시간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지난 1월 도입한 AI 챗봇 상담 서비스 ‘별이’의 고도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올해 1월부터 화물 운송 사업을 시작한 이스타항공은 화물 운송 관련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의 투자 예산은 약 20% 증가했다. 정보보안 솔루션 도입과 클라우드 전환 등 인프라를 개선하고, 항공 안전 관련 시스템 개발이 목표다. 진에어는 비행 과정에 발생하는 자료들을 분석·가공해 유관 부서와 공유해주는 비행자료 분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IT 투자를 늘리게 된 데는 엔데믹 이후 증가한 여객 수요가 영향을 줬다. 항공 여객이 늘면서 예년보다 높은 실적을 거두게 되면서 항공사들의 IT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상된 서비스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전략도 담겨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항을 이용한 전체 항공 여객 수는 1억2005만8371명으로 2023년(1억50만명)보다 19.5% 많았다. 올해도 여객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항공운송 기술 솔루션 제공업체인 시타(SITA)의 ‘2024 항공운송 IT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항공사의 IT 투자액은 약 370억 달러(54조4603억원)로 추정된다. 2023년 350억 달러보다 늘어난 수치다. 올해도 379개 주요 항공사 IT 임원의 72%가 IT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답했다. 투자 우선순위로는 사이버보안, 데이터 분석 및 공유, 승객 관리 시스템 등이 꼽혔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