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vs 전세계 ‘관세 줄다리기’ 시작됐다

입력 2025-04-01 18:4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선언한 2일(현지시간) 상호관세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면 미국과 세계 각국 간 ‘협상의 시간’이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면제 국가는 없고, 국가마다 다른 관세율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통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주요 교역국 간 ‘관세 경쟁’을 부추기는 양상이 전개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상호관세에 대한 각국의 대응이 ‘보복 관세’부터 ‘무관세 호소’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미국이 채찍과 당근을 휘두르며 자국 이익을 극대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무역통상연구원장은 1일 “상호관세는 미국이 세계 각국에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수단이자 빌미”라며 “교역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관세와 비관세 장벽 등을 모두 동원해 압박과 회유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대미 협상 테이블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세계 9위이자 미 무역대표부(USTR)가 ‘불공정 무역 관행’을 지적한 21개국 중 하나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이 언급한 ‘더티 15’(Dirty 15·무역 비중이 크고 관세·비관세 장벽을 부과하는 지저분한 15%의 국가)에 한국이 포함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상호관세의 포격은 사실상 더티 15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품목 등에 따라 관세 부담이 다층적일 수 있는 만큼 향후 협상 난도가 트럼프 1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보다 올라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장 원장은 “당시 미국은 우방국을 대상으로 관세와 쿼터제(수출입 할당량) 중 선택하도록 하는 일종의 양보의 룸(공간)을 줬다”며 “이번 2기 협상에선 이런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했다.

관세에 따른 경제 악영향 우려에도 미국이 한동안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것이란 시각이 많다. 출범 70일을 갓 넘긴 트럼프의 정책 목표가 단기적 지표 개선보다 지지층 집결에 더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전면적 관세로 인한 미국 경제 피해 우려에도 트럼프와 참모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이라며 “우리는 깨끗하고 교역국은 비열하다는 표현(더티 15)도 지지층 결집을 더 공고하게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했다.

유럽연합(EU)·캐나다의 ‘보복 관세’ 기조부터 일본 등 관세 면제 요청국의 대응 양상이 다양해 대미 협상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PNTR)를 박탈하며 대대적인 고관세를 공식화하면 중국도 상응하는 보복에 나설 전망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모든 나라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각국이 보복 관세로 맞설 경우 전 세계 경제에 1조4000억 달러(2000조원)의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