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가량 감소하면서 수출 전선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와 같은 ‘트럼프 쇼크’가 반영되기 전인데도 실적 저하 추세가 읽힌다. 미국의 관세 부과 영향이 현실화하기 전 실적이어서 향후 수출 전망이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월 누적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1633억 달러)보다 2.1% 감소한 1599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분기별로 적게는 4.2%에서 많게는 10.5%까지 수출액이 늘었던 지난해와 대비되는 성적표다. 1월 수출액이 지난해 1월보다 55억8000만 달러나 급감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품목별로 봐도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수출 전선 상황이 감지된다.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과반인 8개 품목이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혼재한 품목도 누적치를 보면 사정이 좋지 않다. 지난해 수출 증가를 이끈 자동차의 1분기 수출액은 173억100만 달러로 1년 전(175억3100만 달러)보다 1.3% 감소했다. 그나마 반도체 수출액이 328억3800만 달러로 지난해 1분기(309억8700만 달러)보다 6.0% 증가하며 낙폭을 줄였다.
문제는 이 성적표가 미국 정부의 상호·품목별 관세 부과 효과가 반영되기 전 것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수출액이 10.6% 줄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철강제품이 대표 사례다. 선주문 물량을 감안할 때 미국 정부가 지난 3월 발효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후폭풍은 빨라도 다음 달에나 나타난다.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통상적으로 철강 계약 이후 수출까지는 2~3개월 걸린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많은 품목에서 수출 실적 하락세가 나타나는 것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의 영향이 크다. 박 실장은 “불확실성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미국발 불확실성을 상쇄할 대체지가 없다는 점이 우려를 더 키운다. 지난해 11월까지 부동의 수출액 1위국이었던 중국은 미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지난 2월과 3월에는 아세안(ASEAN) 국가보다 적은 수출액을 기록하며 수출액 기준 3위국에 머물렀다. 중국 실적 하락을 대체할 수출 다변화 출구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박 실장은 “불확실성이 4월 이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그만큼 우리 수출 전망 또한 흐리다고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