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상법 개정안… 韓 거부권 행사

입력 2025-04-01 18:45
사진=연합뉴스

한덕수(사진)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야권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대신 정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 권한대행은 1일 국무회의를 열고 “(상정된 상법 개정안은) 대다수 기업의 경영 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 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는 지난 24일 직무 복귀 이후 처음이다.

여야의 반응은 극명히 엇갈렸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당연하고 올바른 결정”이라면서 환영한 반면 야권은 공동성명을 내고 “소액주주와 국민 권리를 무참히 짓밟은 폭거”라고 규탄했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를 통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등의 재발을 방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기업의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정부도 법안의 규율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모호해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법무부 합동 브리핑을 열고 “(개정안의) 불명확성 때문에 일반주주 이익의 부당한 침해를 방지한다는 본연의 목적을 넘어 적극적 경영 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주주 보호에 역행하고 국가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상법 개정안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제안해둔 상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여당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 법인의 합병·분할 시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환사채, 유상증자 등 나머지 부분도 추가적으로 제도 개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