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발란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지난해 티몬·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사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명품 플랫폼의 주 사용자인 2030세대가 지갑을 닫으면서 유사 업체들이 시장에서 추가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반대로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은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하며 실적이 고공 행진했다. 양사의 실적 대비는 불황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당근마켓의 개별 기준 매출은 1891억원, 영업이익은 37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매출은 48.3% 늘어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영업이익은 280% 증가해 2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당근마켓의 실적 개선은 매출의 대부분인 광고 사업이 주도했다. 지역 중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타깃 광고에 주력한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플랫폼 거래 규모도 확대 추세다. 지난해 당근마켓 총거래액은 6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 중저가 중고 제품 외에도 차량·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로 거래 카테고리가 확장된 결과로 풀이된다. 한 푼이라도 아껴보자는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광고 수익이 커지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된 셈이다. 앱 분석 서비스 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2월 당근 앱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2216만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7% 증가했다.
중고거래가 활성화하는 반면 소비 심리 위축으로 지난해 티메프에 이어 올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 1세대 명품 플랫폼 발란까지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발란 측은 지난 24일 발생한 미정산 사태에 “과다 정산 오류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가 29일 기습적으로 법정관리 카드를 꺼내며 소비자와 입점업체에 대한 신뢰를 저버렸다. 발란은 현재 거래가 모두 막혔다.
발란의 월평균 거래액은 300억원, 입점사는 1300여개에 달한다. 미지급금액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의 재무상황은 이미 불안했다. 2023년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발란의 누적 결손금은 약 785억원이며, 자본총계는 -7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발란 입점업체들의 반발이 고소전으로까지 번진 데다 인수 후보군조차 뚜렷하지 않아 발란의 정상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발란과 함께 주요 명품 앱으로 꼽혔던 머스트잇, 트렌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머스트잇은 2023년 9월 압구정 사옥을 410억원에 매각하며 유동성을 확보했으나 적자가 쌓여가고 있다. 트렌비는 2022년 208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2023년에도 3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업계에서는 명품 플랫폼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업체들이 추가로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직구에 대한 제약이 사라지고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온라인 명품 구매 수요가 뚝 떨어졌다”며 “쿠폰을 남발하다가 수익성이 악화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