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액 주주 보호 노력” 자본시장법 추진

입력 2025-04-02 00:15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가운데)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과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 및 자본시장법 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의 핵심 내용은 상법 개정과 마찬가지로 일반 소액 주주 보호에 방점이 찍혀있다. 다만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과 달리 이사회가 주주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어 구속력이 덜하다. 상법은 모든 법인에 적용되나 자본시장법은 약 2600개 상장 법인에만 적용된다는 차이도 있다.

법무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합동 브리핑에서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상법 개정안의 대안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개정안은 정부가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을 통해 제출한 것이다.

이 개정안은 ‘상장법인이 합병과 분할,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등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4가지 행위를 하는 경우 이사회가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개정안은 또 기업 간 합병 시 실질 가치를 반영하도록 했다. 지난해 논란이 불거진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등을 의식한 내용으로 풀이된다. 상장사는 합병가액을 결정할 때 주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정한 가액으로 결정해야 한다. 모든 상장사는 합병 등을 추진할 때 외부 전문평가기관의 평가를 받아 이를 공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쪼개기 상장’으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 물적 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 대주주를 제외한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공모 신주 최대 20%를 우선 배정하는 법적 근거도 포함됐다.

재계는 한 권한대행의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 행사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경제인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경제계도 논의 과정에 참여해 건설적인 제안을 하겠다”고 했다.

반면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외이사와 지주회사 제도가 비판을 받는 근본적 이유는 사외이사 인원수와 비중, 지주회사 행위 제한 요건 등 표면적인 의무를 충족하는 것이 우선순위였기 때문”이라며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가 외환위기 때 도입됐더라면 지주회사 저평가 현상도 지금보다 훨씬 완화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하겠다”고 밝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이날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 원장은 임기를 약 2개월 남긴 상황이다. 2일 출연 예정인 라디오방송에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