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크리스천인가

입력 2025-04-03 03:17
미국 애즈버리대학교 게스트하우스에 설치된 영적 추수를 나타내는 그림. 황 회장 제공

파스칼이라는 이름은 부활절이라는 라틴어 ‘파스칼리스’에서 온 프랑스어 변형이다. 부활절이 있는 4월에 나는 신앙의 본질을 생각하다가 블레즈 파스칼의 삶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갖게 됐다. 그는 내가 아는 최고의 천재 과학자이자 탁월한 수학자이다. 16살에 ‘아르키메데스 이래 최고의 업적’이라고 평가된 ‘원추 곡선 시론’을 발표했고 19살에는 세계 최초로 계산기를 발명했다. 이처럼 파스칼은 엄밀한 과학적 증명과 이성적 논증을 중시하는 과학자였다.

그런 그가 ‘성령의 불’로 표현한 특별한 체험을 하면서 합리성과 초월성의 만남을 경험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가 붙잡고 있던 합리성이 초월성 안에서 녹아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명언을 남긴 프랑스가 낳은 최고의 인물 파스칼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인간 존재를 철저하게 탐구한 ‘생각하는 인생 철학자’였던 것이다.

블레즈 파스칼은 당대 최고 천재 과학자이자 수학자였다. 그는 ‘성령의 불’ 체험을 하면서 합리성과 초월성의 만남을 경험했다. 황 회장 제공

결국 그는 31세에 예수 그리스도를 극적으로 만나는 신비 체험을 통해 인간이 참된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이성을 초월한 하나님 신앙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는 회심하는 순간 “확신, 기쁨, 평강.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기쁨, 기쁨, 기쁨, 기쁨의 눈물. 나는 나 자신을 그분께로부터 분리시켜 왔다. 예수 그리스도. 예수 그리스도. 나는 그분으로부터 분리됐다. 왜냐하면 내가 그분을 기피하였고 그분을 부인했고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았기 때문이다…나를 결코 그분께로부터 분리되지 않게 해주소서…. 철저하고도 감미로운 포기. 나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전적인 복종”이라고 고백했다.

사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온전함을 상실한 채 허망한 나그네 인생을 산다. 인간의 교만한 이성과 병든 지성은 하나님을 만나야 겸손해지고 온전함을 회복한다. 이 고백 후에 파스칼은 자신의 모든 것을 소외된 이웃들과 나누며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남은 생을 살았다. 그리고 그 시대 무신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팡세’를 기획했지만 900여개의 짧은 단상을 남긴 채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내가 예수를 믿는 이유 10가지

지난 2월 황성주(뒷줄 오른쪽) 회장과 윤학렬(뒷줄 왼쪽) 감독이 필리핀 일로일로섬 선교 활동 중 배에서 전도하다 만난 현지인들로 이들 역시 순회전도팀이었다. 황 회장 제공

필자 역시 평생 자연과학도, 의학도로 살았고 의대 교수로서 통합종양학자로, 생명과학자로 활동했다. 지금도 면역치료의학과 후생유전학을 연구하고 있기에 합리성의 틀에서 살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대학 시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전인격적으로 만나는 초월적인 경험을 했다. 그리고 안개처럼 아련했던 인생 해석, 역사 해석, 우주 해석이 단번에 이루어졌다. 그동안 내가 체험한 기적은 이후 49년 동안 한 번도 하나님을 부정하거나 원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나밖에 모르던 인간이 모든 사람을 사랑의 대상으로 품고 영혼 구원을 위해 전 세계를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벗어나지 못했던 내가 대한민국은 물론 모든 나라를 위해 기도할 정도로 사랑의 범위가 넓어졌다. 이런 기적이 내 생애에 일어나다니….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물론 딱 한 번 혼란이 있었다. 믿음의 시작무렵 진화론에 의해 잠시 흔들린 적이 있었지만 오히려 미국창조과학회 과학자들의 명쾌한 책을 읽고 진화론의 허구는 물론 창조의 과학성과 역사성을 확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부활의 계절에 왜 나는 크리스천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본다. 이것은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참 신앙을 찾는 구도자들을 위해서도 매우 유익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그 사실성에 대한 탐구는 내게 아주 중요했고 모든 자료를 종합해 추론한 결과 부활은 역사적 사실이라는 점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또 영국의 작가이자 영문학자였던 CS 루이스가 도전했던 예수에 대한 삼자 추론을 통해 논리적으로 예수의 신성에 대해 더 이상 반박할 수 없는 근거를 발견했다. 이 내용은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라는 책에 잘 나와 있다. 이제 내가 크리스천으로 살아가는 10가지 이유를 나열하고자 한다.

첫 번째 내가 크리스천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존재의 기쁨을 누리기 때문이다. 이는 전 인격이 통합되는 경험인데 시간이 갈수록 내면의 충족성과 깊은 자긍심을 느끼게 된다. 이는 파스칼이 회심할 때 느꼈던 감동일 것이다. 반면 그리스도 신앙에서 벗어나면 인격의 분열이 일어나 지성과 감정과 의지가 따로 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고백록’의 저자 성 아우구스티누스도 같은 고백을 했다.

두 번째 내가 크리스천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합리성과 초월성의 통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논리적 충족성과 영적 충만함이 동시에 충족되는 진기한 경험이다. 그래서 어느 시점이 되어 영성이 깊어지면 모든 성경 말씀이 사실로 믿어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수많은 크리스천 과학자들과 지성인들이 동일하게 고백하는 부분이다.

세 번째 내가 크리스천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내면의 치유와 회복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의 희생자로 깊은 상처가 있었지만 창조주이신 주님의 세밀한 터치로 점진적인 치유를 경험하고 내적 치유 전문가가 되었다. 또한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는 프레임에서 자유롭게 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죄 용서의 유일한 비결은 주님의 십자가에 있음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네 번째 내가 크리스천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현대인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영성의 본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즉 하나님의 영인 성령의 존재와 능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감성적 체험만이 아닌 전인격적 영성의 체험이며 상황을 뛰어넘어 기쁨과 평안과 감사를 열매 맺는 놀라운 삶을 살게 되었다.

다섯 번째 내가 크리스천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난 객관적인 삶의 변화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바뀌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아차렸다. 어두움에서 빛이 되는 다이내믹한 변화가 내게 일어난 것이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추구하는 삶으로의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났기에 영적 영향력이 발휘된 것이다. 자녀에게 해줄 말이 있게 되고 남에게 보여줄 만한 라이프 스타일을 살게 되었다.

여섯 번째 내가 크리스천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의 존재 이유와 삶의 궁극적 목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이 방황하는 이유는 왜 사는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신앙 안에서 해답을 찾고 나니 더 이상 갈등 없이 하루하루의 삶을 선물로 여기고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삶의 이유를 묻는 누구에게나 이 해답을 전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일곱 번째 내가 크리스천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영원한 소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세의 유무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았고 이 땅에서 더 성결하고 더 역동적인 삶을 살 이유를 발견해 건강한 노후대책뿐 아니라 정확한 사후 대책도 세우게 되었다. 죽어가는 암 환자에게 확실한 소망을 주게 되었고 이들을 위해 진지하게 기도하는 축복을 누리게 되었다.

여덟 번째 내가 크리스천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랑은 고귀하지만 조건적 사랑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모든 인간에게는 십자가에서 보여준 하나님의 절대 사랑(Agape)이 꼭 필요하다. 나는 사랑이 필요할 때마다 믿음으로 구하고 성령을 통해 부으시는 초월적 사랑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아홉 번째 내가 크리스천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진리의 표준인 성경을 통해 영적, 인격적 성장을 누리기 때문이다.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으로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요 8:31~32)는 말씀대로 나는 성경 진리 안에서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게 되었다.

열 번째 내가 크리스천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가족의 범위와 교제권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부모의 혈통인 육체적 가족도 소중하지만 십자가의 사랑으로 탄생한 거대한 영적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예수만이 구원 줄 수 있어

사람은 사랑의 크기만큼 일한다고 한다. ‘세계는 나의 교실’이라는 깃발을 들고 사랑의 혁명 운동을 시작한 후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주님 앞에 가는 그 날까지 모든 세계인이 친구처럼 느껴지는 코스모폴리탄의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그 친구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는 종교인으로서의 의무감을 위해 관계를 희생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더욱이 종교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남이 싫어할 수도 있는 일을 기꺼이 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초월성을 위해 합리성을 포기할 정도로 무모한 사람도 아니다.

오직 한 가지 이유! 바로 예수 그리스도만이 구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분의 이 말씀 때문이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이 말씀의 사실성 여부에 온 인류의 운명이 걸려 있다.

그는 셋 중 하나다. 그 가운데 민중을 속이는 종교사기꾼이나 자신도 속고 있는 과대망상증 환자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택은 오직 하나, 그는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메시아, 즉 구원의 주님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누구나 파스칼처럼 그분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황성주
KWMA 회장·사랑의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