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승복 약속하고 정쟁 중단을… 차분히 4월 4일 기다리자

입력 2025-04-02 01:30
국민일보DB

마침내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알렸다. 탄핵소추 111일 만인 4일 파면 또는 직무복귀가 결정된다. 선례에 따라 변론 종결 후 2주 정도면 판결이 나오리란 예상과 달리 그 배를 훌쩍 넘긴 38일이 걸렸다. 선고가 늦어질수록 추측이 난무하면서 탄핵 찬반 진영은 조바심 속에 거칠어졌다. 야당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며 쌍탄핵·줄탄핵을 꺼냈고, 여당은 그런 야당 의원 70여명을 내란 혐의로 고발했다. 야당 대표 입에서 “(기각될 경우) 유혈사태”란 말이 나오고, 여야 할 것 없이 ‘4월 18일(재판관 2명 퇴임 시점) 이후’ 상황까지 거론하는 극심한 혼돈 속에서 더 늦지 않게 선고일이 지정돼 다행스럽다.

‘5대 3 교착설’ 등 그동안 평의 내용을 넘겨짚은 온갖 설(說)은 다 추측이었다. 선고일 지정은 비로소 가닥이 잡혔음을 뜻하며, 4일 내려질 선고가 헌법이 부여한 책임과 권한에 따라 재판관들이 도출한 최종 결론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존중하고 승복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이날 “불의한 선고에 불복·저항할 것임을 선언하자”고 주장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결코 해선 안 될 말을 입에 담았다. ‘헌법을 부정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자’는 말과 다르지 않다. 목소리를 가진 정치인이라면 모두 나서서 승복을 외쳐야 할 때다. 여당 지도부와 유승민 안철수 오세훈 등 몇몇 인사가 그것을 시작했다. 누구보다 윤석열 대통령이 승복을 선언해야 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그렇게 호소해야 할 것이다. 이 혼란을 딛고 나아가느냐, 더 큰 혼돈에 빠져드느냐. 헌재 선고를 대하는 사회적 기류에 그 향방이 달렸다. 전자를 위한 첫걸음이 될 승복의 분위기를 정치권이 책임지고 만들어내야 한다.

선고를 이틀 앞둔 지금은 그 이후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탄핵 정국의 분열을 해소하고 국론을 다시 모으는 어려운 과제를 마주해야 한다. 여도, 야도, 거리의 시민도 갈등을 키우는 정쟁과 시위를 이제 멈출 때가 됐다. 선고를 위해 헌재 주변을 진공 상태로 만들고 재판관마다 경호원을 붙이는 후진적 풍경이 선진국에 올라선 나라의 일상이 돼버렸다. 독립된 사법부의 판단에 영향을 주려는 모든 행위는 민주주의와 법치를 향한 폭력이며, 격변의 혼란 속에 그것을 너무 오래 방치했다. 헌재 결정의 내용보다 그것을 대하는 우리 모습이 더 중요해졌다. 재판관들이 마지막 정리를 할 동안 모두 차분히 기다리며 남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