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극우 세력의 거두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하원 원내대표가 법원 판결로 2027년 대선 출마가 불투명해지자 “정치적 결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르펜 원내대표는 지난 31일(현지시간) TF1방송에 출연해 “(법원 판결은)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며 “판사들이 권위주의 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을 실행한 것을 보고 수백만 프랑스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사들이 민주적 절차에 반하는 결정을 내릴 줄은 몰랐다. 민주주의의 치명적 날”이라며 “절대 대선 출마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파리 형사법원은 르펜의 유럽연합(EU) 예산 유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실형과 함께 5년간 피선거권 박탈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르펜은 2027년 이전에 무죄로 판결을 뒤집지 못한다면 대선 출마가 불가능하다.
지난 미국 대선 출마 과정에서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르펜에 대한 판결은) 미국과 아주 흡사한 것 같다”며 “매우 큰 문제”라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인 르펜이 출마하지 못하면 RN은 조르당 바르델라(29) 당대표를 대신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가디언도 바르델라 대표가 잠재적 대타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바르델라는 젊고 신선한 이미지가 강점이지만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르펜도 이날 “바르델라는 당의 엄청난 자산”이라면서도 “이 자산을 필요 이상으로 빨리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