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 MZ직원들 자존심 걸렸다… ‘상조물품 품평회’까지 열어

입력 2025-04-02 00:41

최근 대기업에 재직 중인 MZ세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사가 제공하는 상조물품이 중요한 복지 항목으로 회자되고 있다. 상조물품에 새겨진 회사 로고가 본인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이름표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MZ세대들이 경조사에 대한 회사 내규를 자랑하며 애사심을 드러내고 있고, 기업들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추세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직원 가족들의 조사를 지원하기 위해 장례 지원 업무를 맡을 상조회사를 다양한 평가 기준에 맞춰 선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조사가 있는 직원들에게 회사 로고가 박힌 300명분의 일회용품, 장례지도사 1명과 복지사 6명을 포함한 장례 인력, 영정 바구니, 근조 화환, 근조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상조회사를 선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상조물품의 품질이다. 장례식장에서 쓰일 일회용품의 재질과 견고함, 방수력 등이 평가 대상이다. 내부에서는 이를 ‘상조물품 품평회’라고 부를 정도로 깐깐한 심사로 알려져 있다. 소주나 물 같은 액체를 오래 담아뒀을 때 쉽게 젖어버리는 종이컵이나 뜯었을 때 깔끔하게 분리되지 않는 나무젓가락 등은 오히려 조문객들에게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남길 수 있어서다.

상조회사들 사이에선 임직원 10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와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이 큰 성과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양가 부모님, 형제·자매 등을 포함하면 매년 수십만건의 조사를 담당할 수 있어서다.

LG전자도 임직원 조사에 대해 다양한 복리후생을 제공한다. 조의금으로 기본급의 100%를 지급하고, 상조물품과 상조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업계 관계자는 “접시와 컵에 새겨진 회사 로고는 부모님 혹은 가족들에게 하나의 자랑거리가 된다”면서 “지방에선 남는 일회용품을 공공기관이나 교회 등에 기부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