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 업계가 적자 규모를 줄이기 위해 인건비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단기간 내 업황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급한 불부터 끄자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LG화학 미등기임원이 받는 연간급여 총액은 526억9700만원으로 전년(616억800만원)보다 14.5% 감소했다. 미등기임원 수는 111명에서 지난해 116명으로 소폭 늘었지만 인당 급여액이 감소했다. 한화솔루션은 같은 기간 미등기임원 연간급여 총액이 320억6000만원에서 253억5000만원으로 20.9% 줄었다. 미등기임원 수가 102명에서 82명으로 감소한 영향이다.
직원 수도 줄었다. 지난해 LG화학 직원 수는 1만3857명으로 1년 전(1만4470명)보다 613명 줄었다. 2년 연속 감소세다. 사업부 중 석유화학 부문 직원은 전년 대비 363명이 줄어든 6161명으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직원 수가 4764명으로 전년(4958명) 대비 194명 줄었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도 94명 줄어든 5910명을 기록했다.
신규 채용 역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지난 2월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겠다고 답한 석유화학·제품 기업 비중은 73.9%에 달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7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불황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만큼 신규 채용을 당장 늘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효성그룹은 상반기 그룹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효성화학의 적자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력 구조조정은 일부 비용 절감 효과로 이어졌다. LG화학은 직원 급여총액은 2년 만에 2664억원 줄었다. 한화솔루션은 직원 인건비가 1년 전보다 464억원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은 8억원 증가했지만 2023년 증가 폭(363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다만 당분간 인력 구조조정 기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019년 이후 증설 누적으로 인한 초과 공급 영향으로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여기에 해상운임이 급등하며 수익성이 저조한 수준에 머물 공산이 크다. 실제로 LG화학의 지난해 판관비 비율(매출 대비 판매 및 관리비 비율) 16.5%로 전년(12.4%) 대비 4.1% 포인트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그룹들이 석유화학 계열사의 적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자구책으로 인건비 절감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단기간 내 업황 개선이 어렵다는 점에서 그룹사를 통한 지속적인 자금 수혈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