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서 기도·찬미하자 기적이… 유럽 선교 씨앗 심다

입력 2025-04-02 05:02
최근 방문한 그리스 네압볼리의 ‘사도바울 도착 기념교회’ 전경.

그리스 북부 에게해 연안에 있는 카발라는 사도 바울이 유럽 대륙에 처음 도착한 관문지다. 개역개정성경에서는 ‘네압볼리’로 명명한다. 지난 19일 오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여수노회 여천북시찰회 소속 성지순례팀과 이곳을 방문했다. 그리스선교&성지연구소(이사장 송병학 목사) 주최로 열린 성지순례는 ‘사도 바울과 초대교회’를 주제로 지난 12일부터 20일까지 튀르키예와 그리스를 방문하는 여정이었다.

바울이 유럽의 첫발 내디딘 네압볼리

네압볼리 항구에는 배 여러 척이 정박해 있었는데 석양이 지고 있는 풍경과 어우러져 한편의 그림 같았다. 네압볼리는 비잔틴 시대에 ‘크리스투폴리스’로 불렸고 마게도니아 지방의 주요 항구도시였다. 로마 시대의 유적과 그리스풍 마을이 많이 남아 있어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순례팀은 연구소 연구원 김태연 목사와 함께 실제 바울이 처음 발을 디딘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 세워진 ‘사도바울 도착 기념교회’에 들렀다. 항구 가까이에 있는 교회 앞에 대형 벽화가 설치돼 있다.

화려한 모자이크 벽화는 두 장면을 형상화했는데 중앙에는 바울이 환상 중에 본, ‘마게도니아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행 16:9)고 요청한 마게도니아인이 양손을 펼치고 있었다. 왼쪽에는 마게도니아인의 이야기를 듣는 바울, 오른쪽은 같은 의상의 바울이 성경책을 든 채 배에서 네압볼리 땅으로 내딛는 모습이다. 이곳에서 바울의 유럽 선교가 시작됐음을 가리킨다.

김 목사는 “당시 바울은 한국식으로 비유하면 ‘하나님이 경상도로 가려던 발걸음을 전라도로 바꾸게 하셨구나’ 정도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그저 말씀에 순종하며 한발 한발 걸었을 뿐인데 나중에 보니 그 발걸음이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 가운데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빌립보에서 겪은 바울의 고난

빌립보 유적지.

지난 20일 순례팀은 바울의 여정을 따라(행 16:11~12) 네압볼리에서 북서쪽으로 13㎞ 떨어진 빌립보로 가기 위해 이른 시각부터 채비했다. 빌립보는 에게해에서 내륙으로 16㎞ 들어가 산으로 둘러싸인 평지에 있다. 바울이 드로아를 떠나 네압볼리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전도한 지역인 빌립보는 마게도니아의 첫째가는 도시였다.

유적지 입구에 들어서자 다른 로마 유적처럼 야외 원형극장이 산 언덕에 세워져 있었다. 순례팀은 극장을 지나 바울이 귀신 들린 여종을 고쳐줌으로 여종의 주인에게 고소당해 갇혔던 감옥에 들렀다. ‘바울의 감옥’이라는 문패 안으로 4.9㎡(1.5평) 남짓한 감옥을 보자 순례팀원들은 고개를 떨궜다.

바울과 그의 동역자 실라가 쇠사슬에 발목이 묶인 채 감옥에서 기도하고 찬미하자 옥문이 열리는 기적이 일어났다. 감옥을 지키던 간수가 바울이 전하는 복음을 받아들이고 기독교를 믿는 기적이 이어진다.(행 16:16~34)

빌립보에서 바울이 갇힌 감옥의 내부 모습.

순례팀은 바울이 감옥에 들어가기에 앞서 매질당한 바위에서 잠시 묵상했다. 바울이 박해받은 이곳은 훗날 지역에서 제일 큰 교회로 자리 잡았다. 팔각형 모양의 교회는 바울이 순교한 뒤인 AD 5세기에 설립됐다. 예배드린 장소로 추정되는 예배당 바닥은 모자이크로 한땀 한땀 작업한 벽화로 꾸며져 있다. 교회 옆에는 침례(세례)가 진행된 장소도 있다.

루디아가 세례받은 곳

순례팀은 빌립보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 이동해 ‘루디아 기념교회’를 찾았다. 성지순례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루디아는 고위층이 입는 옷감을 만들며 바울의 든든한 동역자 역할을 한 인물이다. 루디아가 세례받은 십자가 모양의 강가 지점은 물속으로 계단을 세 개나 내려가야 했기에 다른 곳보다 수심이 꽤 깊었다. 1년 내내 물이 흐르는 곳이다.

세례받은 장소 앞에 있는 루디아 기념교회 안에는 루디아 및 바울의 기념비와 바울의 선교 여정을 그린 지도 등이 벽화로 꾸며져 있다. 루디아 기념교회는 많은 유아 세례식이 이뤄진다.

김 목사는 “우리가 모두 바울처럼 선교에 헌신하지 못해도 루디아처럼 얼마든지 주님 안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며 순례객들의 동기를 북돋웠다. 박성실 여수 애양원교회 장로는 “바울의 여정을 밟으면서 어떤 환경에서도 주의 일을 묵묵히 감당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네압볼리·빌립보(그리스)=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