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씨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칠십 평생에 나는 벼루 열 개를 밑창 냈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다네.”
추사 김정희는 벗 권돈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그의 추사체는 저절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벼루 열 개를 뚫어버리고 붓 일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든 끝에 나온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 사상가 맬컴 글래드웰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제시했다. 한 분야의 울림을 주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교훈이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다른 말로 하면 ‘1만 시간 훈련의 법칙’이다.
일본 에도시대 전설의 검객인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는 평생 60여 차례의 결투에서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는 일본 최고의 검신(劍神)으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가 남긴 병법서 ‘오륜서(五輪書)’는 검법의 중요 키워드를 말하고 있다.
“천 일의 연습을 단(鍛)이라 하고 만 일 동안의 연습을 련(鍊)이라 한다.”
즉 천 일, 만 일의 연습을 통과해 심신이 단련돼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힘들고 땀과 노력이 수반되지만 매일 하는 훈련은 일상이 되고 점차 육화(肉化)돼 기예(技藝)가 된다. 훈련의 다른 이름은 ‘저절로’ ‘나도 모르게’ ‘쉽게’이다.
모든 승리는 오랜 훈련의 성과다. 그렇다. 대추 한 알도 저절로 붉어가는 것이 아니듯 봄꽃도 저절로 피지 않는다. 겨울의 굳어진 땅속에서 씨앗은 소망을 품었고 뿌리의 노동을 방해하던 자갈들의 훼방을 이겨냈다.
봄꽃은 뿌리의 땀의 보수로 나온 생명의 시위다. 하나님은 새에게 날개를 주셨지만 스스로 날 수 있도록 끝없는 날갯짓 훈련을 하게 하셨다. 날갯짓을 더 많이 한 새일수록 더 높이 더 오래 날 수 있다.
축구 선수 박지성은 이런 말을 했다.
“축구 경기를 할 때 비가 내릴지 눈이 내릴지 아무도 모른다. 경기장은 날씨 상황에 따라 공이 튀고 굴러가는 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에 선수는 어떤 상황이라도 익숙해져 있어야 한다. 한국에 비가 온다고 다른 나라에도 비 오는 게 아니다. 메시와 호날두는 지금 맑은 날씨에 훈련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들을 이기려면 눈치 보지 말고 훈련해야 한다.”
‘하루’는 약해 보이지만 성실한 연습이 모인 ‘매일’은 강하다. 기적같이 보이는 일 뒤에는 기적에 가까운 연습이 있다.
신앙은 더욱 그러하다. 제자는 저절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신실한 훈련과 연습으로 태어난다. 병균을 이기는 길은 평상시에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평상시에 쌓아온 경건의 연습은 결정적인 시기에 결정적인 힘을 발휘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신실한 예배와 기도, 성경 묵상으로 꾸준히 주님께 붙어 있는 신앙 연습이 쌓이고 쌓일 때 하나님이 주시는 기적을 체험한다. 은혜 못지않게 강조해야 할 신앙의 덕목이 바로 ‘신앙의 훈련’이다.
“망령되고 허탄한 신화를 버리고 경건에 이르도록 네 자신을 연단하라. 육체의 연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범사에 유익하니 금생과 내생에 약속이 있느니라.”(딤전 4:7~8)
한재욱 강남비전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