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유력 대선주자 르펜, 1심 유죄… 피선거권 즉시 박탈

입력 2025-03-31 23:28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극우파의 거두인 마린 르펜 국민연합(RN·사진) 하원 원내대표가 공적 자금 유용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5년간 피선거권도 즉시 박탈됐다. 차기 대선이 치러지는 2027년 전에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다면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던 르펜과 원내 제1당 RN이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되면서 프랑스 정국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파리 형사법원은 르펜에 대해 유럽연합(EU) 예산을 유용한 혐의로 집행유예 2년을 포함한 징역 4년과 벌금 10만 유로를 선고했다. 법원은 르펜에 대해 5년간 피선거권 박탈도 명령했다. 특히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항소 여부와 상관없이 피선거권 박탈 효력은 즉시 발효된다고 밝혔다. 판사가 피선거권 박탈을 선고하자 주문을 듣지도 않고 법정을 나간 르펜은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프랑스 검찰은 2023년 유럽의회 예산을 당직자 급여 등으로 유용한 혐의로 르펜을 비롯한 RN 관계자 27명을 기소했다.

2012·2017·2022년 대선에 출마해 두 차례 결선에 올랐던 르펜은 차기 대선의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혔다. 여론조사업체 Ifop의 최근 조사에서도 르펜은 34~37% 지지를 얻어 20~25%에 그친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차기 대선 이전에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지 못하면 르펜은 대선에 나올 수 없다.

대선 주자를 잃을 위기에 처한 RN뿐 아니라 유럽의 극우 인사들도 프랑스 사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는 소셜미디어에서 “프랑스 민주주의가 처형당했다”고 개탄했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내가 마린이다”라는 연대 메시지를 올렸다.

RN은 바르델라 대표를 중심으로 뭉칠 전망이지만 당분간 혼란이 예상된다. 폴리티코는 “판결 직전 르펜은 바르델라가 대통령이 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지만, 바르델라의 경험 부족은 대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