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회귀시키는 일처럼 불편한 것이 없지요
기억하고 싶진 않지만
지울 수 없는 어둡고 깊은
세리의 음각(陰刻)
어둡고 침침한 골방에 누워
홀로 보내야 했던
우울한 허상의 나날
동족들 사이의 섬이 되어
배신과 조롱의 화인을 맞은 채 살아가고 있을 때
꽃이라 불러주신 당신
그 따스한 눈빛, 향기로운 미소
다정한 말의 잔향(殘響)
단 한 번의 마주침과 사랑의 부름이
영원히 잊지 못할 노래가 되어
봄날의 꽃으로 피어나고
영원히 찢기지 않을
파피루스 서신으로 전해지리.
소강석(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마태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세리(稅吏) 출신이다. 철저하고 계산적인 성격이었음을 기록을 통해 유추할 수 있으나, 회개하여 제자가 된 후 큰 신뢰를 받았다. 마태는 복음을 전하다 에티오피아에서 순교했다. 시인은 먼저 마태의 과거에 방점을 두고 시작한다. 화자는 마태 자신이다. 화자는 '어둡고 침침한 골방' 같은 삶에 '우울한 허상의 나날'을 살았던 사실을 환기한다. 그러나 '꽃이라 불러주신 당신'으로 인해 '배신과 조롱의 화인(火印)'을 넘어 마침내 복음서의 첫머리를 열었다. 그 부름에 있었던 '다정한 말의 잔향(殘鄕)'은 매우 서정적이고 시적인 언어다. 마태의 입을 빌려 시인은 그 단 한 번이 영원이 되고 '봄날의 꽃'으로 피어났으며 '영원히 찢기지 않을 파피루스 서신'으로 전해진다고 술회한다. 여기서 강렬하게 읽는 이를 자극하고 촉발하는 것은, 그처럼 격렬하고 운명적인 만남의 순간이 우리에게는 언제인가 하는 물음이다.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