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플랫폼 발란 기업회생절차 신청… 제2의 티메프 우려

입력 2025-04-01 00:52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의 광고. 발란 제공

온라인 명품 쇼핑 플랫폼 발란이 최근 정산 지연 사태를 빚더니 결국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판매자들 사이에선 제2의 티몬·위메프 사태가 터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형록 발란 대표이사는 31일 입장문을 통해 “올 1분기 내 계획했던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애초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지게 됐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 파트너의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발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발란의 사례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일반 기업의 경우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일반 소비자에게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현재 미지급된 상거래 채권 규모도 발란의 월 거래액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발란은 회생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번 주 안으로 매각 주관사를 지정해 실행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최 대표의 계획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판매 대금 정산이 미뤄진 사유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발란은 시스템 오류를 대금 정산 지연의 이유로 들면서 대금 지급 일정을 공개하겠다고 했으나 사과문을 올리는 데 그쳤다. 지난달 28일엔 상품 구매 및 결제 서비스가 중단됐다.

최 대표가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앞서 최 대표는 기업회생 가능성에 대해 “외부의 추측성 정보는 불필요한 불안만 키울 뿐 아니라 실질적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불과 3일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입점사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발란과 계약했던 판매자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선 “거짓말해놓고 시간 끌기 아니냐” “티메프 사태가 터지고 나서도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등 성토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번 사태는 발란이 지난달 24일 입점 업체에 지급하기로 했던 판매 대금 정산이 지연되면서 벌어졌다. 발란의 월평균 거래액은 300억원 수준으로, 입점사는 1300여개에 달한다. 미지급 대금은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발란이 그간 할인 쿠폰 등을 남발하며 과도한 마케팅 비용을 지출했고, 소비심리 위축에 따라 명품 소비량이 감소했다는 점이 유동성 위기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발란의 성장세를 이끌었던 사업 모델이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며 “인수자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