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미얀마 강진 피해 지역에 대해 최고 등급의 긴급대응체계를 선포했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나간 가운데 사망자는 2000명을 넘어섰다.
WHO는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지진으로 황폐화된 미얀마 중부에서 의료체계가 붕괴돼 수천명이 외상과 질병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우리는 미얀마에 대한 긴급대응체계를 가장 높은 ‘3급 비상사태’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30일간 피해 지역의 필수의료체계를 복원하려면 긴급자금 800 만 달러(약 117억원)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신속한 지원을 촉구했다.
국제적십자연맹(IFRC)은 피해 주민 구호를 위한 1억 스위스프랑(약 1670억원) 규모의 긴급모금운동을 시작했다. 이 자금은 향후 2년간 피해 지역주민 10만명에 대한 구호와 초기 복구 비용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WHO와 IFRC는 모두 지원의 속도를 강조했다. 습한 계절풍을 타고 많은 비를 뿌리는 몬순 시즌이 미얀마에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IFRC는 “미얀마에서 기온이 상승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주 안에 몬순 시즌이 시작될 것”이라며 “지원이 지체되면 2차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조대원들은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파헤치며 생존자를 찾는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골든타임이 지나면서 사망자 수는 하루에도 수백명 단위로 급증하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은 사망자가 2056명, 부상자가 3900명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270명은 실종 상태다. 다만 BBC는 “미얀마 군사정권은 국가적 재난 규모를 은폐한 적이 있다”며 공식집계보다 사망자가 더 많을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미 지질조사국(USGS)은 사망자가 1만명이 넘을 가능성을 71%로 전망했다.
미얀마 군정은 국가적 재난에도 반군 지역에 대한 폭격을 강행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제위기그룹의 리처드 호시 미얀마 담당 선임고문은 “군정이 지진 피해 지역에서 눈에 띄는 지원을 제공하지 않으면서 공습을 계속하고 있다”며 공격 중단을 촉구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