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약 두 달 만에 2500선을 다시 내줬다.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를 앞두고 그 수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 데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자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공매도가 1년5개월 만에 전면 재개된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공매도 주문이 나오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것도 급락 이유다.
3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0% 하락한 2481.12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코스피가 25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 2월 4일(2481.69)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에만 1조5754억원어치 코스피 주식을 팔았다. 올해 들어 가장 큰 순매도 규모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3.01% 내려 672.85에 마감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관련 발언이 예상보다 강해 외국인이 위험자산인 주식을 팔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게임 등 국내 증시를 이끄는 주력업종이 나란히 급락했다. 삼성전자는 3.99% 하락해 3거래일 만에 다시 ‘5만전자’로 회귀했다. 에코프로(-12.59%) 한미반도체(-10.85%) 코오롱티슈진(-7.26%) 크래프톤(-6.82%) SK하이닉스(-4.32%)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6.4원 오른 1472.9원에 마감했다.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정치 불확실성 국면이 길어지면서 원화 투심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외국인은 환차손 우려에 국내 주식을 매도하려 한다. 이는 공매도 전면 재개와 맞물려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이날 시장에선 1조7000억원어치 공매도가 거래됐는데 외국인 비중이 89.3%였다.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를 지낸 윤지호 경제평론가는 “여러 악재가 중첩돼 외국인의 공매도가 나오기 좋은 환경이었다”며 “낙폭은 제한적이겠지만 정상화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