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는 3.5兆 당장 쓸 수 있다는데… 국회 교통정리 돼야 1.8조+α

입력 2025-04-01 02:18
뉴시스

정부가 1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나섰지만 정치권의 ‘예비비 공방’은 연일 거세지고 있다. “산불 복구 등에 3조5600억원을 즉시 집행할 수 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야당 주장과 “정부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재난예비비는 4000억원 수준”(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여당 반론이 맞서고 있다. 31일 예산 당국을 비롯한 관계부처 설명을 종합하면 산불 복구 지원을 위해 정부가 사용 가능한 재원은 약 1조8000억원+알파(α)로 집계된다.

여야 공방의 핵심은 1조6000억원 규모의 목적예비비 사용 가능 여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예비비 중 재난 관련 금액이 1조6000억원 있다. 국회 심의 없이 즉시 집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예비비 2조4000억원 중 안보·치안 유지 등에 쓰는 일반예비비(8000억원)를 제외한 목적예비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당은 “1조6000억원 중 1조2000억원은 고교 무상교육 등에 지출하도록 확정돼 실제 예비비는 약 4000억원 수준”이라고 반박한다.


정부는 ‘국회가 교통정리를 해주면’ 목적예비비 1조6000억원을 모두 산불 복구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예산 총칙을 고쳐 고교 무상교육(9000억원)과 5세 무상보육(3000억원) 등 1조2000억원을 목적예비비에서 쓸 수 있도록 했다. 고교 무상교육 재원 47.5%를 정부가 분담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도 단독 처리했다. 그러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 대통령 권한대행 신분으로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고교 무상교육 등에 대한 예비비 지출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예산 당국 관계자는 “고교 무상교육 등에 예비비를 지출하지 않는 것으로 국회에서 정리가 이뤄진다면 산불 지원에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부처의 재난 대응 총액을 놓고도 야당(4600억원)과 여당(2000억원)의 주장이 엇갈린다. 올해 재난·재해 복구비로 편성된 예산은 5개 부처에 총 9700억원 규모다. 다만 산불 대응에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은 3개 부처 2000억원 수준이라는 게 예산 당국의 설명이다. 올해 산림청 재해복구비 1000억원 중 이미 지출한 금액을 제외하면 약 214억원이다. 행정안전부 재해복구비도 3600억원 중 1169억원이 남았다. 최근 무안 제주항공 참사 지원(약 30억원) 등에 쓰였다. 여기에 환경부 예산 615억원이 남아 있다.

여당은 1조5000억원 한도의 국고채무부담 예산은 산불 피해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고채무부담 예산은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빚을 지는 일종의 ‘외상비’다. 국민의힘은 “시설 복구 등에만 쓸 수 있고 보상금, 생계비 등에 활용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국고채무부담 예산은 보상금·생계비 지급과 별개로 재난 복구에 사용돼 왔다. 이미 정부는 2002년 태풍 루사, 2011년 구제역 사태 등에 이 예산을 활용한 바 있다.

목적예비비(1조6000억원)와 부처별 재난예비비(2000억원), 국고채무부담으로 산불 복구 재원을 모두 충당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예산 당국 관계자는 “산불 피해 규모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많고 적음을) 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