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논란에 ‘정공법’ 택한 한화… 세 아들에 증여

입력 2025-04-01 00:14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룹 지주사격인 ㈜한화 보유 지분 중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경영권 승계를 조기에 마무리 짓기 위한 정공법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세 아들이 내야 하는 증여세는 2000억원을 웃돈다.

한화는 김 회장이 보유 중인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을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에게 각각 4.86%, 3.23%, 3.23%씩 증여한다고 31일 공시했다.

증여 후 ㈜한화 지분율은 한화에너지 22.16%, 김 회장 11.33%, 김 부회장 9.77%, 김 사장 5.37%, 김 부사장 5.37%로 바뀐다. 한화에너지는 김 부회장 50%,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이 각각 25%씩 100%를 보유 중이다. 증여에 따라 세 아들의 ㈜한화 지분율은 총 42.67%가 된다. 사실상 경영 승계가 완료된 셈이다.


세 아들이 내야 할 증여세는 2218억원 규모다. 과세 기준 가격은 한 달 후인 다음 달 30일 기준 전후 각각 2개월 주가 평균 가격으로 결정된다. 앞서 2006~2007년 김 회장이 ㈜한화 지분 일부를 증여했을 때 세 아들은 1216억원의 증여세를 납부했다. 김 회장도 지난 1981년 당시 사상 최대 수준인 277억원을 상속세로 냈다. 김 회장은 지분 증여 이후에도 그룹 회장직을 유지할 예정이다.

김 회장의 전격적인 지분 증여는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등이 그룹 승계와 연관 있다는 해석을 일축함과 동시에 주가를 부양하려는 의지 표현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 20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가 총수 일가 승계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한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수한 뒤 유상증자를 발표하면서다. 이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오너 일가가 소유한 한화에너지에 현금을 몰아주고, 미래 사업 투자엔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렸다는 주주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일각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외이사들이 한화오션 지분 매입 당시 유상증자 계획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지분 증여에 따른 승계 완료로 ‘㈜한화-한화에너지 합병을 위해 ㈜한화의 기업가치를 낮춘다’는 의혹은 일부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본연의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중장기적으로 약 11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 중 유상증자로 3조6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7조4000억원은 향후 영업 현금흐름과 금융기관 차입 등을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정상적, 필수적 사업 활동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 및 한화오션 지분 인수가 승계와 연관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나선 것”이라며 “지분 증여는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책임경영을 더욱 강화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