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는 31일 일제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조속한 선고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간 헌재의 ‘신속한 선고’를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공정한 심판’을 요구하던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것이다. 8인의 헌법재판관들이 인용과 기각·각하로 나뉘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이른바 ‘5대 3 교착설’이 부상한 데 따른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야당과의 정당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는 등 탄핵 국면 장기화에 따른 중도 민심 이반 현상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회의에서 “(헌재가) 초시계를 들이대면서 졸속 심판을 밀어붙이더니 정작 판결은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이제는 헌재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선고가 늦어지면서 헌재를 둘러싼 낭설이 이리저리 증폭되고 있다”며 “헌재는 국정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정리하기 위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조속히 선고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지도부가 조속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건 처음이다. 그간 ‘쌍권’ 지도부는 각종 공개 회의에서 ‘신속보다 공정’ 심리를 헌재에 요구해 왔다.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도 권 원내대표는 “증거와 증언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서둘러 선고부터 내리면 헌재 역사에 부끄러운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발언했다.
입장 선회 배경으로는 ‘5대 3 교착설’이 우선 거론된다. 권 원내대표가 이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개개인의 판단을 들어서 하루빨리 탄핵심판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확인된 바는 없지만 문 권한대행이 ‘5대 3’이라는 강력한 저항선을 뚫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여당은 시간을 끌기보다 3명의 재판관이 흔들리지 않게 빨리 선고를 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야의 지지율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 28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3%로, 41%를 기록한 민주당에 8% 포인트 뒤졌다. 올해 들어 가장 큰 격차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36.1%, 민주당은 47.3%로 오차범위 밖으로 격차가 벌어졌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탄핵 정국 장기화에 보수결집 동력은 다소 느슨해지고, 탄핵 기각·각하 가능성에 야권이 결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 의원들도 신속 선고 요구에 가세했다. 김기현 의원은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헌재가 선고를 계속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이자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의원 30여명도 나경원 의원과 한국NGO 연합이 공동 주최한 긴급 토론회에서 “(헌재는) 선고일자를 즉시 지정하라”고 촉구했다.
정현수 정우진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