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선교지에 필요한 것은 숫자 아닌 자생력”

입력 2025-04-01 05:05

태국의 기독교 선교 역사는 한국보다 57년 이르다. 1828년 네덜란드 선교회의 카를 귀츨라프와 런던선교회의 제이컵 톰린의 태국 선교가 태국 개신교 선교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태국 기독교인 비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전체 인구의 1%로 파악됐다. 한국의 20%(한국리서치 2024년 종교인구 현황)와 견주면 20분의 1 수준이다.

“안타깝게 많은 현지 교회가 ‘자생력’을 잃고 있어요. 선교사들도 현지 교회 건축부터 사례비까지 거의 모든 부분 교단 지원으로 사역을 이어가고 있어요.”

지난 29일(현지시간) 태국 치앙마이에서 만난 문정은(55·사진)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 프로그램 국장은 “현지 지도자와 신앙 공동체를 양성하기보다 학교, 병원, 교회 등 물적 선교 자산 확충에 치중한 선교 방식이 역설적으로 현지 교회의 자립을 저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국장은 “물적 지원에만 의존하는 사역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선교 현장의 교인들은 교회에 대한 헌신과 협력을 배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문 국장이 몸담고 있는 CCA는 뉴질랜드 방글라데시 일본 등 아시아 21개국이 속해 있는 에큐메니컬 사역 연합기구로 1959년 설립됐다. 한국교회 최초의 해외 에큐메니컬 연합기구 여성 실무국장인 문 국장은 2012년 CCA 신앙선교일치국 국장으로 부임한 이후 현재 프로그램 국장을 역임하고 있다.

“미래 선교의 핵심 키워드는 자생력입니다. 교회는 홀로 서는 것을 넘어 서로 연합하고 헌신할 때 복음의 능력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문 국장은 “한국이 두 세기를 지나 자생력을 갖춘 선교하는 교회로 성장한 데엔 결과에 얽매이지 않고 헌신했던 초기 선교사들의 노력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양적, 수적인 결과로 선교사의 역량을 평가해선 안 된다”며 “보이지 않지만 선교들이 현지에 세우는 인적 자원이 바로 진정한 자생력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치앙마이(태국)=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