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파 연합해 ‘자립하는 교회’ 세운 호주선교 배워야

입력 2025-04-01 05:03 수정 2025-04-01 06:41
예장고신 선후협 관계자들이 31일 부산 북구 포도원교회에서 열린 선교포럼을 시작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부산·경남 지역에 복음이 처음 전해진 19세기 후반, 당시 호주교회의 한국선교 역사와 전략을 살피며 한국교회 선교 방향성을 모색하는 포럼이 열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총회세계선교후원교회협의회(선후협·대표회장 노상규 목사)가 31일 부산 북구 포도원교회(김문훈 목사)에서 ‘호주선교사 127명의 열매’를 주제로 창립 25주년 기념 제15회 선교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교단과 교파를 초월해 연합·동역하며 자립하고 재생산하는 현지 교회를 세워나가는 선교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첫 강연자로 나선 김성운 고려신학대학원 선교학 교수는 호주교회 선교부가 한국교회에 미친 영향을 살폈다. 호주 빅토리아장로교회(PCV)는 1889년 조셉 H 데이비스(1856~1890) 선교사를 조선에 파송했다.

김 교수는 데이비스 선교사가 같은 해 미국 북장로교와 합의해 ‘선교연합공의회’를 구성하는 등 선교를 경쟁 구도가 아닌 연합과 협력 구도로 바꾼 점을 높게 평가했다. 또 교회의 조직이나 치리를 토착교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교회 스스로 가능한 인력과 재정을 공급해 복음 사역을 감당하게 하는 등 ‘자립 자전 자치’가 가능한 교회를 세우는 일에 집중했던 선교 전략도 조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보다 먼저 선교가 시작된 여러 나라 교회들이 여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외국 선교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은 처음부터 자립 자전 자치하는 교회를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호주 선교사들처럼 다른 선교부와의 동역을 바탕으로 선교지에 자립하고 재생산하는 교회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강사로 나선 이상규 백석대 석좌교수는 호주 선교부가 한국교회와 사회에 남긴 유산으로 부산·경남 지역 기독교와 근대교육 문화 형성에 이바지한 점을 꼽았다. 이 교수는 “여성과 부녀자 교육을 강조해 교육이 특수한 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 준 일은 한국사회에 의식의 전환을 가져왔다”며 “교육목표는 관료 및 엘리트 배출이 아니라 건실한 시민을 양성하는 일이라는 보편적 교육개념을 일깨워 준 점 또한 호주 장로교를 비롯한 주한 선교부의 공헌”이라고 말했다.

노상규 선후협 대표회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고신총회와 한국교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호주 선교부와 선교사들, 그리고 호주교회의 헌신을 재발견하며 감사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며 “우리가 받은 그 사랑의 빚을 갚기 위해 헌신을 결단하는 자리가 됐길 바란다”고 밝혔다.

포럼에 앞선 개회예배에서는 5대 대표회장을 지낸 조영호 목사가 설교했고 남일우 고신총회세계선교회(KPM) 이사장이 격려사를 전했다. 이어진 정기총회에서는 신진수 창원 한빛교회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선임됐다. 선후협은 오는 6월 열리는 ‘고신총회선교 70주년 기념대회’ 등을 위해 KPM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부산=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