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복음은 만남이다

입력 2025-04-02 05:08

사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 바울로 변화됐습니다. 이 만남은 단순한 감정의 변화가 아니라 존재의 전환이었습니다. 그를 붙잡고 있던 과거는 더 이상 미래의 발목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사망과 정죄가 지배하던 옛 삶은 은혜로 인해 생명과 축복의 길로 옮겨졌습니다. 주님과의 만남은 그렇게 새로운 길, 새로운 신분, 새로운 삶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처럼 복음의 능력은 ‘모습을 달리하는 만남’으로 이어집니다. 극적인 회심에서부터 일상의 소소한 은혜에 이르기까지 성령은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오시고 말씀하십니다. 중요한 것은 그 만남이 우리 안에서 계속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말씀과 기도 가운데 주님을 자주 찾는 일입니다.

심리학에서는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스는 자주 마주치는 대상에 대해 자연스럽게 호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자주 보면 정이 든다는 것입니다. 사랑도 그렇습니다. 강도나 규모보다 빈도가 사랑의 깊이를 만듭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친구와의 식사, 여행, 대화 같은 좋은 만남이 자주 있을수록 우리는 더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예전에 한 남자가 멀리 떨어진 여인을 사랑했습니다. 직접 만날 수는 없었지만 2년 동안 400통이 넘는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틀에 한 번 꼴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인은 그 편지를 전달해준 우편배달부와 결혼했습니다. 이 일화는 우리에게 한 가지 진리를 말해줍니다. 편지보다 만남이, 글보다 실제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과의 관계도 같습니다. 그분은 말씀과 기도라는 통로로 우리에게 오시지만 우리는 그분을 ‘실제’로 만나야 합니다. 형식적 신앙이 아니라 자주 대면하는 인격적 관계 안에서 주님을 경험할 때 믿음은 살아 움직입니다. 그래서 복음서에서도 ‘함께하신 예수님’을 통해 사람들이 변화됐고 사도행전에서도 만남이 복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바울은 다메섹에서 주님을 만나 새로운 사명을 받았고 후에 빌레몬을 만나 복음의 동역자가 됐습니다. 빌레몬은 다시 원수 같던 종 오네시모를 복음 안에서 용서하고 사랑하는 사이로 받아들입니다. 복음의 만남이 만들어낸 변화입니다. 자주 만나고 자주 용서하고 자주 사랑하는 이 연결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는 이뤄집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도 다메섹으로 향하던 사울 같은 이들이 있습니다. 어두운 길을 걷는 중독자, 상처 입은 이들, 고립된 마음들. 그들이 예수님을 만나는 순간을 준비하는 교회가 되길 바랍니다. 복음의 만남은 우연처럼 다가온 필연으로 우리 일상 안에 있습니다.

자주 만나십시오. 기도 속에서 주님과 자주 만나고 공동체 안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하고 진리 안에서 자주 마음을 나누십시오. 그렇게 자주 만나면 사랑이 자라고 행복이 피어납니다. 신앙은 결국 만남입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니’라는 요한복음의 고백처럼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 가운데 거하시기를 원하십니다.

오늘도 주님이 먼저 당신을 찾아오십니다. 걷고 있을 때, 일하고 있을 때, 그리고 한숨지을 때 말입니다. 그 자리에서 다메섹의 빛처럼 다가오십니다. 주님을 자주 만나십시오. 그 만남 안에 사랑이 있고 그 사랑 안에 회복이 있습니다.

장현승 과천소망교회 목사

◇경기도 과천 청계산 자락에 자리한 과천소망교회는 문화와 신앙이 어우러지는 품격 있는 복음 전도를 지향합니다. 교회의 본질인 가족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행복 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 주민을 위해 작은 동물원과 미술관, 카페, 공연장을 개방해 만남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