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사랑이 꽃피는 결혼 시즌이다. 결혼 기피와 인구절벽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최근 혼인율이 28년 만에 최대 증가를 기록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예쁜 웨딩드레스와 멋진 턱시도를 고르며 설레는 마음으로 새출발을 꿈꾸는 우리 청년들의 모습이 여느 때보다 더욱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러나 평생 기념으로 남길 완벽한 사진과 화려한 이벤트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결혼의 본질이다. 결혼식 주례를 설 때마다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결혼은 내 살의 반을 잘라 내고 상대의 살로 채우는 것”이라고. 서로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하나로 연합하는 이 신비한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씩 이루어지는 거룩함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의 토대가 된다.
결혼은 공동체를 이루도록 하나님께서 친히 만드신 최초의 제도다. 아담을 지으신 하나님은 그를 보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아니하니 내가 그를 위하여 돕는 배필을 지으리라.”(창 2:18) 여기서 ‘돕는 배필’이란 단지 삶의 짐을 나누어지는 조력자가 아니라 인생 최고의 목적지인 구원을 향한 거룩한 여정을 함께하는 영적 동반자이다. 하나님이 두 사람을 거룩하게 빚어가시는 특별한 과정이 이 영적 동반자 관계에서 시작된다.
한 형제는 어릴 때부터 병약하여 병원 생활이 잦았다. ‘왜 나만 약할까’ 하는 피해의식과 열등감이 그를 힘들게 했다. 그런데 20대 후반 교회로 인도된 뒤 날마다 말씀을 묵상하며 지체들과 나누다 보니 자신의 연약함이 세상이 아닌 하나님만 의뢰하게 하려는 하나님의 특별한 축복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형제는 청년부에서 만난 자매와 교제를 시작했다. 형제는 건강 문제로, 자매는 우울증과 강박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지만 두 청년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결혼을 준비했다. 그러나 자매의 어머니가 끝까지 결혼을 반대했다. 3년을 기다렸지만 결국 어머니의 축복을 받지 못한 채 결혼식을 올려야만 했다.
결혼 후 형제는 장모님을 원망하며 마음의 평안을 잃었다. 그러나 교회 부부 소그룹에서 속마음을 나누며 양육을 받는 과정을 통해 진짜 문제는 장모님이 아니라 원망에 사로잡힌 자신에게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거룩함은 바로 이런 자기중심적 생각에서 돌이키는 것이다. 자기 죄를 회개하고 돌이킨 형제는 지난해 추석, 결혼 후 처음으로 장모님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다. 놀랍게도 장모님은 그를 축복해 주며 풍성한 식탁을 베풀어 주셨다. 그날의 화해는 형제의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은혜의 자리가 되었다.
결혼이라는 인생 최대의 프로젝트를 통해 이 형제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자기 죄를 회개하는 것이 진정으로 사랑받고 사랑하는 비결임을 알게 됐다. 현재 부부는 오랜 시간 난임의 고난 가운데 있지만 이 고난마저도 하나님의 섭리로 받아들이며 교회에서 지체들을 섬기는 기쁨으로 여러 영적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 이것이 거룩함을 향한 순종이 가져온 참된 행복이다.
결혼은 상대의 잘못을 고쳐서 내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사연을 껴안고 그 짐을 함께 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결혼은 그리스도와 교회의 연합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짝지어 주신 연합을 남편은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해 자신을 주시는 사랑으로, 아내는 교회가 그리스도께 드리는 복종으로 지켜가는 것이 결혼이다. 이 거룩한 연합에서 가정이 시작되고 생명이 이어진다. 그래서 이 연합은 ‘비밀’로 명명된다.(엡 5:32)
이러한 신비로움은 내 만족을 채우는 행복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 결혼의 신비는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구원의 여정을 따라가는 거룩에서만 발견된다. 이 거룩은 내가 먼저 회개할 때 시작된다. 거룩함을 향한 첫걸음이 우리 가정을 진정한 행복과 생명의 공동체로 만들어 갈 것이다. 혼인율 증가가 단순한 숫자가 아닌 거룩한 결혼으로 이어질 것이다. 올봄 거룩함을 통한 참된 행복을 발견하는 아름다운 여정을 시작하는 많은 부부가 나오길 축복한다.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