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장비·인력 개선… 초동 진화 시스템 구축해야

입력 2025-04-01 02:02
지난 27일 경북 안동시 임하면 고곡리 마을이 불에 타 폐허가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동=권현구 기자

역대 최대 피해로 기록될 영남 산불은 우리나라 산불 진화 시스템의 현실과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강한 바람과 건조한 날씨 때문에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산불이 대형화, 장기화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초기 진화를 위한 환경과 장비, 인력 개선이 절실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산불 진화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헬기를 꼽는다.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 지형 특성상 인력과 차량 진입이 어려워 헬기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초기 진화 역시 헬기 동원력에 좌우된다.

현실은 열악하다. 산림청은 대형 7대(8000ℓ 이상), 중형 32대(5000ℓ 미만), 소형 11대(1000ℓ 미만) 등 총 50대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고 소방청은 대형 헬기 4대를 포함해 총 32대의 헬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담수 용량이 큰 러시아산 헬기 상당수가 부품 수급 등의 문제로 운영이 어려워 실제 가용 헬기는 훨씬 적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비용을 내 임차 헬기를 운용하는 방식도 손질이 필요하다. 산불을 가장 먼저 발견하고 진화에 나서야 하는 것은 지자체지만 관련 예산에 발목이 잡혀 충분한 헬기를 보유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국 지자체가 운용하는 임차 헬기는 78대다. 하지만 부족한 담수 용량, 노후화 문제를 안고 있다. 산불을 국가 사무로 보고 임차 비용을 국비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분산돼 있는 산불 진화체계 일원화는 물론 고중량 드론, 로봇, 고정익 항공기, 인공강우 등 차세대 장비·신기술 도입 검토 공론화도 이번 기회에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계명문화대 소방환경안전과 김명균 교수는 31일 “적은 용량의 헬기는 산불에서 효과가 떨어진다는 게 이번에 드러났다”며 “소방력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전방위 로드맵 마련과 관련 규정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산을 쏟아붓자는 것이 아니라 중요도와 우선도 등을 고려해 효과적으로 재정이 투입될 수 있는 예산 계획을 세우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 보호를 위한 규정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경우 문화재에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기관 협의로 설치 가능’ 정도로 규정이 느슨하다. 화재 발생에 대비해 갖춰야 할 방염포 기준, 사용 방법 등에 대한 지침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피해 복구 때 문화재와 주요 시설 주변만이라도 불에 강한 활엽수 중심의 내화수림대를 조성하고 솎아베기 등을 통해 저지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소방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임도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부족하다. 2020년대 들어 우리나라 임도밀도는 ㏊당 4m 정도다. 50m가 넘는 오스트리아와 독일, 24m 정도인 일본 등과 비교가 안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임도 길이는 850여㎞다. 산림청은 2027년까지 임도를 3207㎞까지 확충하기로 했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소방 전문인력 육성도 중요한 과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불예방진화대, 산불특수진화대, 공중진화대 등이 활동 중인데 인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불예방진화대는 기간제로 운영되며 고령화 문제를 안고 있다. 전문인력인 산불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는 비교적 젊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인한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전문 진화 인력 양성과 지원 강화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

안동=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