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나 홀로 원화 약세의 해법

입력 2025-04-01 00:35

지난 1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이 4500원에서 4700원으로 인상됐다. 3월에는 신라면, 짜파게티, 새우깡 등 국민 먹거리 품목의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이들 품목의 가격이 오른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원·달러 환율 상승, 즉 원화 약세로 원가 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은 개방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가격 변수 중 하나다. 환율이 어떻게 변화하느냐에 따라 소비자 후생은 물론 기업의 경영활동이 큰 영향을 받는다. 원화는 최근 주요국 통화와는 달리 유독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달러화는 지난해 거의 모든 통화에 대해 상당한 강세를 보였지만 올들어 미국 경제 둔화 가능성으로 주요국 통화에 대해 약세다.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3월 28일까지 4.8%나 하락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의 하락폭은 같은 기간 0.01%에 불과해 거의 보합 수준이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13.2%나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원화 약세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흔히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 가격경쟁력이 개선돼 수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시기에서는 기업에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미·중 패권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 미국의 관세를 활용한 자국 내 생산시설 유치 압박 등으로 해외 현지생산이 늘어나고 있어 수출 증대 효과가 제한적이다. 특히 지금과 같은 극심한 경기침체기에는 수입 중간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효과에 매출 부진까지 겹쳐 기업들이 자칫 감산에 나설 가능성마저 있다.

원화의 나홀로 약세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훼손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경제활력 둔화로 2020년부터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최근 2.1%에서 1.5%로 크게 하향 조정했다. 성장동력 약화로 1%대 성장률이 이제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있다. 보호무역 확산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는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확신을 어렵게 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정치 불안은 원화의 추가적인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 약세를 방어할 효과적인 수단은 무엇일까.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투입 가용재원이 한정적인 데 반해 글로벌 외환세력의 거래 규모는 엄청난 수준이어서 환율 안정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줄이는 것 역시 국내의 극심한 내수 침체를 고려하면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성장률을 끌어올려 우리 경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환율 안정 대책이다. 성장률 제고의 가장 핵심 동인은 기업 투자다. 기업이 성장을 위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을 늘릴 때 자본과 노동 그리고 생산성이 동시에 증가하는 시너지 효과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의 성장 속도는 보다 많은 기업이 창업돼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수가 많아질 때 빨라진다.

국회와 정부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급증하는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나 금융규제를 완화해 기업의 성장 유인을 자극해야 한다.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투자를 위축시키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큰 차질을 초래하므로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기업이라는 말 못 하는 노새에 짐을 너무 많이 얹어 놓은 것은 아닌지 살펴볼 때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산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