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정신과 상담 주저 말고 아이의 마음을 알아보세요

입력 2025-04-01 07:08

요즘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나이에 관계없이 역시 건강인 듯하다. 젊은 층은 헬스, 조깅, 필라테스 등으로 신체 단련에 힘쓰고 나이 드신 분들은 PT나 요가, 사이클, 수영 같은 비교적 안전한 운동을 선호한다. 이처럼 신체 건강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우리나라 하루 평균 자살자 수가 40명에 달한다는 소식은 마음의 건강 관리가 신체만큼이나 중요함을 일깨워 준다.

아이들도 어른과 형태는 다르지만 마음의 병을 겪는다. 흔히 알려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는 주로 기질적 요소나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되며 약물 치료로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도 우울증과 강박장애를 앓고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 느낄 수 있다. 특히 새 학기가 시작되는 3~4월 무렵, 스트레스로 인해 배가 아프다거나 두통을 호소하고 화장실을 자주 가거나 갑자기 말이 적어지는 아이들이 소아과를 많이 찾는다.

진료실에서 만난 한 초등학생은 어릴 때부터 밝고 붙임성이 좋던 아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눈도 마주치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만 대답했다. 보호자 역시 단지 학업과 학원 일정 때문이라 여겼다. 그러나 반복된 진료에서 느껴진 미묘한 변화에 소아정신과 진료를 권했고 예상대로 아이는 우울감으로 상담과 치료를 시작했다.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몸의 증상에도 예민하여 소아과를 먼저 찾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진료실에서 일부러 눈을 마주치며 한 마디라도 더 건넨다. 아이들의 표정이나 몸짓 속에서 상태를 파악할 수 있고 진료실에서만큼은 그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얻길 바라기 때문이다.

최근 소아정신과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나는 보호자들에게 소아정신과 상담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부모가 알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권한다. 치료 여부를 떠나 아이의 숨겨진 생각을 알게 된다면 부모도 더욱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람은 신체 반, 마음 반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대한전문병원협회 총무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