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마을순찰대, 재난문자보다 대처 빨랐다

입력 2025-03-30 18:46
지난해 6월 의성군청에서 마을순찰대 발대식이 열리고 있다. 의성군 제공

“며칠 전부터 전국에 자잘한 산불 소식이 있어 우리 마을순찰대가 미리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막상 불이 나자 일사불란하게 산에 올라가 불을 끄고 주민들을 대피시켰습니다.”

경북 의성 산불이 확산하기 시작했던 지난 22일, 발화지였던 의성은 지자체가 재난안전문자 등을 통해 대피 명령을 발령하기도 전에 마을순찰대 안내에 따라 이미 주민 2000여명이 대피한 상태였다.

의성군 안평면 괴산2리 마을순찰대장인 김형식(70) 이장은 30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마을에 산불이 나기 며칠 전부터 이미 긴장을 끌어올리고 연락망도 점검해 뒀다”며 “물을 뿌릴 수 있는 모든 농업기계들을 미리 준비했고, 주민들에게 불이 났을 경우 어떻게 단체로 움직여야 할지도 사전에 거듭 강조했었다”고 전했다.

인근 안평면 금곡1리도 마찬가지였다. 이 마을 순찰대장 오영진(65)씨는 “실시간으로 산불과 마을 정보를 다 듣고 있고 집결과 대피를 휴대전화로 즉시 전파했다”고 말했다.

현재 의성군에는 18개 읍면동 각 마을에 399명의 마을순찰대장을 포함해 1200명의 순찰대원이 활약하고 있다. 대장들의 평균 연령대는 70세 전후로 고령이지만 이들의 활약 덕에 발화점인 의성군은 이번 산불 피해를 가장 적게 입었다. 불을 끄다 헬기 추락으로 목숨을 잃은 기장을 제외하고 산불로 인한 직접 사망자는 1명이었다.

경북 지역 의용소방대원들이 30일 안동시 낙동강변 둔치에 마련된 소방지휘본부에서 철수하는 타 지역 소방대원들을 배웅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지난 21일 시작된 경남북 대형 산불의 주불을 모두 진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로 사망자 30명을 포함, 모두 7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산불 피해 영향 구역은 총 4만8000여㏊로 추산됐다. 연합뉴스

마을 순찰대는 천만다행으로 지난해 6월 만들어졌다. 마을순찰대장들은 지난해 출범한 조직이 있고 실제 가동됐다는 점이 재난 상황에서 피해를 줄이는 성과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금곡1리 이장을 겸하고 있는 오씨에 따르면 의성 지역 모든 이장은 휴대전화에 깔린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에 있어도 실시간 마을 확성기 방송 등을 할 수 있는 상태다.

한편 고기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은 이날 주재한 중대본 회의에서 “지난 21일부터 경남과 경북도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총력 대응 끝에 주불을 모두 진화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날 경남 산청군에서 발생해 열흘간 하동군·진주시·지리산국립공원까지 번지며 일대를 초토화한 산불이 발화 213시간 만에 꺼졌다.

의성=이임태 기자 si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