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기’임에도 은행들의 이자 수입인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는 축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 당국 압박에 시중은행이 대출 가산금리를 소폭 인하했지만 예금금리는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해 큰 폭으로 내렸기 때문이다.
30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를 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서민금융 상품 제외 기준) 평균은 1.38% 포인트였다. 2년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던 지난 1월(1.38% 포인트)과 같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로 은행 수익의 핵심 기반이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이자를 통한 이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은행별로는 NH농협의 예대금리차가 1.47% 포인트로 가장 컸다. 이어 신한(1.40% 포인트)·하나(1.40% 포인트), KB국민(1.33% 포인트), 우리(1.30% 포인트) 순이었다. 5대 은행 중 NH농협과 하나, KB국민은 1월에 비해 예대금리차가 각 0.01% 포인트, 0.03% 포인트, 0.04% 포인트 더 커졌다. 신한과 우리는 각각 0.02% 포인트, 0.04% 포인트 줄었다.
하나의 2월 예대금리차는 공시 자료가 존재하는 2022년 7월 이래 최대다. KB국민은 2023년 2월(1.48% 포인트) 이후, NH농협은 지난해 1월(1.50% 포인트)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신한과 우리도 각각 최대에 근접했다.
금리 인하기에 은행 예대금리차가 이 정도로 벌어지는 건 이례적이다.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시장금리가 낮아지는 시기엔 보통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려 예대금리차가 줄어든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계대출 증가 우려에 은행들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인하 폭을 다르게 가져가면서 예대금리차가 벌어졌다. 예금금리에 시장금리 인하 폭을 대폭 반영하면서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적게 반영한 결과다.
이달도 은행들은 예금금리만 낮췄다. 5대 은행의 예금금리는 대부분 연 3% 밑으로 내려왔다. 지난 29일 기준 정기예금 상품 최고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2.80~3.05%다. 고향사랑기부금 납부 고객에 0.5% 포인트 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NH고향사랑기부예금이 유일한 3% 금리 상품이다. 다른 4개 은행은 연 2.85~2.90%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3월에도 예대금리차 확대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재지정 문제로 서울 강남 지역의 집값이 들썩이면서 은행권은 이달 들어 다시 대출 문턱을 높이는 추세다.
한편 금융 당국의 높아진 가계부채 관리 강도에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였다. 금융 당국은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가계대출 증가액을 2조원 안팎(지난달 말 대비)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증가분(4조3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