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의 통상 수장이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4월 2일)를 앞두고 6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경제·통상 분야에서의 공조 확대를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침없는 자국우선주의가 동북아 3국을 통상 분야에서 밀착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안덕근 산업부 장관, 무토 요지 일본 경제산업상,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제13차 한·일·중 경제통상장관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교역·투자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국 통상장관회의가 열린 것은 2019년 12월 베이징 회의 이후 6년 만이며, 서울 개최는 10년 만이다. 그동안 회의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중국이 바이든정부의 ‘가치동맹’(민주주의 가치 중심으로 동맹을 강화하는 외교정책)에서 소외되며 한·일과의 관계 개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반일(反日) 외교기조’로 한·일 관계가 악화된 영향도 컸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회의 재개에 속도가 붙었다. 특히 미국의 무역 제재에 취약한 중국이 한·일과의 밀착을 통해 우군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경제협력 연대 강화를 통해 일본과 한국을 과도한 미국 편향에서 중립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3국은 ‘높은 수준’의 3자 FTA 추진 협력 확대에 뜻을 모았다. 세계무역기구(WTO) 개혁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신규 회원 가입 등 다자무역체제 구축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공급망 안정화, 수출통제 관련 소통 강화 등 공통 의제에도 힘을 모은다.
중국은 미국의 보호주의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왕리핑 중국 상무부 아주사장은 “한·일·중 3국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반대하고 지역 경제 통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3국이 모두 보호주의에 반대한다는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날 후속으로 열린 한·중 상무장관회의에서 한국의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무역 제재가 보호주의의 일환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산업부는 지난달 중국산 저가 철강재의 국내 유입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중국산 후판에 최대 38%의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일본은 개방적 무역질서 유지에 무게를 두고 다자협력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무토 경제산업상은 “WTO와 경제 연계 협정을 통한 규범 기반의 국제 경제질서를 유지·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RCEP를 토대로 한·일·중 FTA 협상 가속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3국 경제통상장관회의는 제10차 한·중·일 정상회의와 연계해 합의된 일정에 따라 차기 의장국인 일본에서 열린다.
세종=김혜지 이의재 기자 heyji@kmib.co.kr